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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대 전 대법관 검찰 출석…“사심없이 일했지만 송구스럽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법원 믿음 회복하길”
-검찰, 김기춘과 ‘강제징용 소송’ 재판지연 논의 판단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통진당 소송 등 관여 혐의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양승태(70ㆍ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ㆍ12기) 전 대법관이 19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국민과 후배 법관들에게 할 말 없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없이 일했다”며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까지 받게 된 데 대해 대단히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라고 답했다.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우리 국민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한 곳이었는지, 양 전 대법원장이 부적절한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전직 대법관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이번 수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64ㆍ7기)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9일엔 민일영(63ㆍ10기) 전 대법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사실 관계와 지시ㆍ보고 경위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은 지난 14일 임종헌(59ㆍ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기소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지난 2014년 10월 김기춘(79)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53) 당시 외교부 장관 등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 지연 및 전원합의체에 회부 등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행정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등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박 전 대법관이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탄핵 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등을 알아내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부산고등법원 판사의 비위를 보고받았음에도 감사나 징계를 하지 않고 은폐ㆍ축소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조사한 뒤 고영한(63ㆍ11기)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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