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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산 vs 증산’…원유시장 혼돈
사우디 “공급과잉…감산해야”
러 “계절요인 따른 일시 현상”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상반된 원유정책을 내놔 유가의 향방을 둘러싼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는 증산 계획을 번복하고 ‘감산’으로 방향을 튼 반면, 러시아는 공급과잉 상태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증산’에 초점을 두면서 엇갈린 시각차를 드러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를 앞두고 “국영 에너지업체 아람코가 수요 감소를 고려해 12월부터는 11월보다 적게 일일 50만 배럴을 감산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사우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원유거래 금지 조치에 앞서 유가를 안정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 사우디는 이에 불만을 나타냈으나, 자국 왕실이 지난달 2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몰리자 일일 원유 생산량을 100만배럴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원유시장의 ‘큰 손’인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타났다. 국제 유가도 이를 반영해 급락세를 보이자 사우디는 당초 결정을 뒤집고 감산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9일 배럴당 60.19달러까지 하락, 10월 고점 대비 20% 넘게 내렸다.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70.18달러로 이 기간 20% 가까이 추락했다.

앞서 사우디는 국제 경제성장 둔화와 원유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을 우려해왔다. 유가 전문가들은 시장의 수급 균형을 위해 최소 일일 10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FT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국가의 야심 찬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유가 하락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사우디와 함께 감산 합의를 주도했던 비(非) OPEC 산유국인 러시아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시장이 내년 공급과잉 상태가 될지는 불분명하며, 시장 불균형은 단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산유정책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주 FT에 “러시아 산유업체들은 일일 생산량을 30만배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늘려왔다. 러시아 재정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유가가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러시아가 굳이 감산에 나설 이유는 없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올해 배럴당 53달러 수준이고, 2년 안에 44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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