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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 #미투] 인종·종교·빈부격차…사회갈등이 ‘남녀 性전선’으로…
고용·인종갈등 ‘젠더’문제에 결합
북미 인셀, 여성혐오가 범죄로
동독 남성, 결혼상대 없어 분노


20세기는 식민지와 제국주의 대결, 계급갈등과 민족ㆍ종교분쟁의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갈등과 대결의 전선은 남녀 사이, ‘성’(性ㆍ젠더)에서 형성됐다. ‘미투운동’은 그 증거였다. 여기에는 단순이 남녀간 갈등 뿐 아니라 종전의 고용, 빈부, 인종, 종교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북미에서는 이와 관련된 ‘인셀’(incel·비자발적 독신자)의 폭력성이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여성과 성적관계를 맺는 데 실패한 이들이 여성혐오를 키우고, 실제 범죄까지 나선 것이다.

이달 3일 미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요가학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여성 2명을 숨지게 한 남성은 자신을 ‘인셀’로 규정했다.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 번화가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살해한 남성도 범행 직전 “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주로 온라인에 몰두하는 백인 남성으로 알려진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와 ‘여성혐오’로 얼룩져 있었다.

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의 부상과 성 갈등이 연관된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해 독일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연방의회까지 입성한 데는 동독지역 남성의 지지율이 큰 힘이 됐다. 이들의 AfD 지지율은 28%로, 옛 서독지역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런 현상은 통일 이후 옛 동독지역의 사회·경제적 몰락과 여성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통일 후 이곳에서만 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역인구는 10% 줄었는데, 3분의 2는 일자리를 찾아 떠난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배우자를 잃고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한 남성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외국인 남성(난민)을 향한 적개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페트라 쾨핑 작센주 통합부 장관은 “남성성의 위기가 극우 세력을 키웠다”며 “아내를 얻게 해주면 시위에 더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고 NYT에 말했다.

종교적 관습에 얽힌 성차별도 사회 갈등의 주된 요소로 부상했다. 인도에서 힌두교도 2200명은 남부 케랄라주 사바리말라 사원에 들어가려던 여성 신도를 막기 위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인도 대법원은 최근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했지만, 보수 힌두교도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물리력으로 여성의 출입을 막았다.

최근 성 갈등은 뿌리 깊은 문화·종교적 인식에 기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는 남성들도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잃게 된 것에 대한 좌절감과 상실감, 더 나아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인셀 관련 범죄만 하더라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달리 성욕을 충족할 수 없는 이들의 상실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영경 기자/y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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