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익 없다’ 판단, 도미 직전 전격취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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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찬장에서 김영철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1.6 미국 중간선거 직후인 오는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됐다. 전날까지 미측은 회담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물론 다양한 정황 증거를 감안한 결과, 이번 회담 연기는 북측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에 대한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이번 주 뉴욕에서 잡혔던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담은 나중에 열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각자의 스케줄이 허락할 때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미국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합의한 약속들을 이행해 가는데 계속해서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이날 발표는 중간선거 직후 심야시간대인 7일 0시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 국무부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8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루 만에 입장이 뒤집힌 셈이다.
국무부는 북미고위급 회담의 취소 사유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4시간 동안 북미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7일 오후 1시 베이징발 뉴욕행 비행편을 예약했다. 그 일행 역시 6일 오전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갑자기 예약이 6일 오전에 취소되고 공항에서 김 부위원장의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다.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렸다면 지난달 7일 폼페이오 장관의 제4차 방북 이후 한 달여 이어진 북미간의 답보 상태가 타개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실무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이번 회담 연기가 자칫 제2차 북미정상회담 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아울러 북미 정상간에 논의할 북한 비핵화 실천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종전선언) 관련 실무 논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미국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영변 핵시설 사찰까지 묶어 처리하는 방안을 북으로부터 받아내고, 대신 종전선언 등을 논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이번 회담 연기는 곧 북미 교착상태의 연장으로 풀이된다.
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도 회담 연기의 이유로 보인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조치에 기대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당국은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 입장을 고집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나 종전선언 등 향후 추진단계를 밟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미 위협 가능성을 극도로 낮춰 얻을 건 다 얻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비핵화 및 종전선언 프로세스에 복잡하게 엉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미국은 느린 템포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대화 의지를 강조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가 이날 회담 연기를 전격 발표하면서도 ‘대화는 계속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미 국무부가 회담 재개 시점에 대해 “각자의 스케줄이 허락할 때”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어느 한 쪽이 ‘스케줄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회담이 연기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날까지 미 국무부는 김영철 위원장을 만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김영철 부위원장 및 그 일행은 베이징공항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불만을 드러낸 형국이다. 즉 미국보다는 북측에서 이번 회담을 보이콧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북측은 회담 참석 직전까지 미측 의사를 타진한 결과 이번 회담에 참석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 굳이 멀리 미국까지 가는 수고를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