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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투표제 의무화’ 힘싣는 법무부

“상법개정안 국회논의 지원”

법무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 지배 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상기<사진> 법무부장관은 6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호텔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간담회’를 열고 노르웨이 국부펀드(GPGF) 관계자들과 회담했다. 박 장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펀드 내 독립기구인 윤리위원회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투자 배제를 권고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GPFG는 지난 2월 기준 1조300만 달러(약 1145조 원) 규모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지난해 기준 지분을 보유한 1만1084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회사 지배구조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 경영 등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관한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현안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꼽고 있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경우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또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면 ‘일감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는 의사에 따라 표를 분산할 수도, 특정 이사에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지분이 많지 않은 주주도 의결권을 특정인에게 집중시켜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엘리엇’처럼 소수 지분을 매수한 투기자본 세력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사회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법무부는 2013년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반영한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무산된 적이 있다.

현행 상법에도 자산 2조원 규모의 상장사는 3% 이상의 소수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뒀지만, 이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어 사실 시행되는 일이 거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월 한국기업법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게 옳은지 검토했다. 보고서는 법무부 입장과 반대로 집중투표제를 ‘외국에서도 점점 폐지되어 가는 제도’라고 밝힌 뒤 ‘이를 의무화함에 있어서는 외국의 시행착오 사례를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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