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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공화국] “홧김에 그랬다”…정신장애?
의학적 개념은 ‘간헐적 폭발장애’
“진술 증명위한 면밀한 조사 필요”

“자꾸 화가 나고 못 참겠는데, 나도 혹시 분노조절장애인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29)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분노조절장애’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상에서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증상들은 의학적 병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분노조절장애’는 의학적ㆍ과학적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고 진단명도 없다고 말한다. 분노 감정은 발생하는 이유가 다양해 하나의 질병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흔히 칭하는 분노조절장애와 가장 유사한 의학적 개념은 ‘간헐적 폭발장애’다.

간헐적 폭발장애의 대표적 증상은 화를 내는 정도가 지나치거나 물건들 던지고 사람을 때리는 행동 등을 보이는 경우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 간헐적 폭발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해도 대부분 그 원인은 조울증 및 다른 성격장애인 경우가 많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간헐적 폭발장애는 이와 같은 우울이나 불안, 성격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을 파괴할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임상에서는 번아웃으로 불리는 소진증후군, 기타 우울증 등이 원인이 돼 이같은 파괴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간헐적 폭발장애’로 진단 받은 환자는 연간 2000명을 넘지 않는다. 다만 2012년 1479명이던 환자가 2016년 1706명으로 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헐적 폭발장애에 해당할 경우,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지행동치료란 상황을 잘못 해석함으로써 문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훈련이다.

정 원장은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경우 중 많은 수가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고 설명한다”며 “인지행동치료는 그런 상황 인지 자체를 다르게 하도록 도와 다른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치료”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의도가 나를 무시하기 위함이 아니라거나 혹은 그 사람의 본래 성격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하게끔 돕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지행동치료로도 부족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등도 병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발생한 분노범죄의 원인을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에서 찾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원장은 “범죄자의 진술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핑계를 대는 것일 수 있다”며 “진술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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