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미국이 첫 제재조치를 꺼내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에 대한 비자 취소 조치를 발표했다. [EPA 연합뉴스]

미, 사우디 관리 21명 비자 취소
트럼프 “카슈끄지 피살 최악은폐”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 관저의 정원에서 발견됐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3일(이하 현지시간) 2명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언론은 카슈끄지의 시신은 훼손된 상태였으며, 얼굴 역시 사납게 손상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우디 총영사 관저는 총영사관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주먹다짐 끝에 사망했으며 시신을 카펫에 둘둘 말아 현지 협력자에게 넘겼다는 사우디 측의 설명과는 모순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카슈끄지 시신의 행방은 우리가 해답을 필요로 하는 문제 중 하나로, 터키 당국의 완전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살해 숨기려는 사우디, ‘사상 최악의 은폐’”라고 비난을 퍼부은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인사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제재에 착수했다.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실종된 후 21일만에 나온 미국의 사실상 첫 응징으로, 공식적 제재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왕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도 관망했던 미국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경제적 제재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우디 정부 관리 21명에 대한 비자 취소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처벌은 미국의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제재를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카슈끄지 사망 사건에 사우디 왕실과 정보기관, 외교부, 그 외 다른 정부 인사들을 포함 인사들이 관여됐음을 확인했다”면서 사우디 왕실 역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카슈끄지 사망에 관해 말을 바꾸고 있는 사우디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해 “지나 헤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카슈끄지가 실종된 터키를 방문해 물증을 살피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헤스펠 국장의 귀국 보고를 청취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