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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메르스 종료, 이젠 예방시스템이다
16일 자정을 기해 이번 ‘메르스 사태’가 공식 종료된다. 지난달 8일 쿠웨이트에 출장을 다녀온 61세 남성이 확진 환자로 확인된 이후 시작된 보건당국의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 대응 상황이 끝났다는 얘기다.

‘메르스 사태’는 사실상 끝났지만, 여러가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빠른 초기 대응 등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보는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메르스 확진 후 한국의 대응은 매우 잘 됐다”며 “확산 위험이 제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9일 직접 주재한 ‘메르스 대응 긴급 관계 장관 회의’에서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초기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선제로,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했었다.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3년여 만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확진 환자 186명ㆍ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 격리 해제자도 1만6752명에 달했다. 정부와 병원들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에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정부는 7개월 여가 지난 같은 해 12월 23일에야 해당 ‘메르스 사태’ 공식 종료 선언을 했다.

‘사태’ 후속 조치로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방역 체제도 강화했다.

반면 이번 ‘메르스 사태’ 때에는 확진 환자도 1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없었다. 격리 조치됐던 확진 환자 밀접 접촉자도 21명에 불과했다. 예정대로라면 한달 여 만에 ‘사태’도 공식 종료된다.

2015년과 올해 메르스 사태의 이 같은 차이는 ‘시스템’에서 비롯된 초기 대응 유무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평가다.

3년 전에는 시스템의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제2의 메르스 진앙지’라고 일컬어졌다.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8시간 동안 응급실에 머물며 환자, 의료진 등 490명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슈퍼 전파자’였던 14번 환자도 같은 병원 응급실에 사흘간 머물며 85명을 감염시켰다.

올해 메르스 확진 환자도 삼성서울병원을 거쳤다. 이 환자는 본인이 메르스에 걸렸음을 자각하지 못한 듯 질본 콜센터(1339)에 전화를 거는 대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검역관도 발열 등 메르스 주요 증상 대신 설사만 심했던 이 환자를 간과했다.

다행히 여기서 뚫린 ‘구멍’은 ‘시스템’이 메워줬다. 환자와 쿠웨이트 현지에서부터 통화했던 지인 의사는 삼성서울병원 소속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환자를 격리했고, 의료진은 전원 보호복을 입었다. 검사를 통해 발열 등 증상을 확인한 뒤 보건당국에 의심 환자 신고를 했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 더 큰 피해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감염 질환이 메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지난달 11일에도 일본뇌염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백일해, 진드기에 의해 옮겨지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쯔쯔가무시증, 해외에서 유입되는 뎅기열, 이질, 장티푸스, 풍진 등 감염병 주의보가 잇따르고 있다. ‘겨울의 불청객’인 독감도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메르스 하나에만 총력을 기울였다가는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계 일각의 지적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 당시 만났던 한 대학의 예방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 한 사람에게 전력하느라 질본 인력들이 많이 지쳐 보이더라”며 “항상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게 갖추는 것이 메르스 같은감염병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달 10일 현재 올해 메르스 의심 환자는 총 241명이었고, 그중 확진 환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러나 매번 ‘음성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작은 구멍은 여전했다. 질본 콜센터에 대한 홍보, 설사 등 의심 증상에 대한 추가ㆍ수정 등 보건당국은 향후 시스템 보완에 신경써야 한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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