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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저출산 파고가 거세다
저출산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1.05명으로 떨어졌다. 금년에는 1명 이하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저출산은 양극화와 저생산성과 함께 한국 경제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2012년 1.3명을 정점으로 2015년 1.24명으로 떨어진 후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계속 낮아졌다. 지난 2분기에는 0.97명을 기록했다. 지구촌에서 출산율이 1명 이하 국가는 찾아 보기 힘들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출생아수는 32만명으로 줄고 2022년에는 20만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심각한 인구절벽이 아닐 수 없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게 된 시골 마을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의 최대 적은 북핵이 아니라 인구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저출산은 경제적 번영의 산물”이라고 역설한다. 경쟁국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참담하다. 유럽평균 1.6명, 미국 1.77명, 프랑스 1.8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8명, 일본 1.45명으로 우리보다 훨씬 양호하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출산국가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위기라는 초저출산 문제는 정부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126조원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었다. 예산의 80%가 보육과 양육에 편중되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보육 일변도의 출산 장려 정책은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먹구구식 분석과 대책으로 시간과 돈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가임여성의 출산에 관한 미래 불확실성 제거가 핵심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육이나 일ㆍ가정 양립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정책 역시 출산부터 주거까지 골고루 담았지만 기존의 정책 프레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결혼과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유배우자의 합계 출산율은 2016년 기준 2.23명으로 2명을 상회한다. 일단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 정상적인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다. 비혼(非婚)이 저출산의 주범인 셈이다. 이런 견지에서 저출산 정책의 촛점을 출산 친화적인 사회에서 ‘결혼하기 좋은 사회’로 전환하고 초혼 연령을 앞당기는데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일자리와 결혼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취업을 못해 결혼할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 비혼 증가→출산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고용부진 상황이 계속되면 획기적인 출산율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취업연령 인구가 2020년초까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 안정이 수반되지 못한 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 고연령 계층에 대한 맞춤형 저출산 대책도 시급하다. 인구의 20%가 몰려있는 서울의 출산율은 1명 미만에 머물러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가정친화적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 고용율은 70%를 상회한다. 출산 후 직장 복귀율이 60~70%에 달하는 것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정책적 배려 덕분이다. 우리나라 여성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결혼 페널티가 매우 높다. 경력단절 여성이 200만명을 넘는 주된 이유다.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쏟아 부어 2명 가까운 출산율 회복에 성공했다. 수십년 간 1가구 1자녀 정책을 편 중국은 산하제한 정책 폐기에 이어 완전 폐기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20~39세 가임여성이 향후 10년간 약 4000만명 감소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장관급 ‘1억 총활약상’을 임명했다. 우리도 일자리 주거 근무방식 등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이 강도높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대책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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