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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사람들-④ 바꿔야 삽니다] “언론 통해 비극이 잘못 전파·소비…자살이 아닌 다른 해결책 제시를”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즈음에 자살률이 크게 내려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잇따른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과 자극적인 보도가 1년 내내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결국, 그때 크게 오른 자살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죠. 대한민국이 ‘베르테르 효과’를 실제로 증명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사업을 일선에서 도맡고 있는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신은정 부센터장은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자살 보도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신 부센터장은 “자살 수단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잘못된 보도 내용이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언론을 통해 자살이라는 비극이 잘못 소비되고 전파되면서 그 당시 비슷한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2015년 기준 10만 명당 25.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26.7명)에 다음으로 높다. 13년 연속 1위에서 물러난 것은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3위인 라트비아(18.1명)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신 부센터장은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언론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역시 공공서비스를 하는 사회 조직으로서 자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만큼, 아직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론도 과거에 비해 자살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지만, 자살 수단 등을 자세하게 쓰는 등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자살예방사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에 이어 5년 만의 개정으로,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사망’ 대신 ‘숨지다’ 등의 표현 사용 권고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 부센터장은 “자살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유가족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며 “언론이 기사를 통해 자살이 아닌 다른 해결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자살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을 기사를 통해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언론은 센터의 권고대로 자살과 관련된 보도에 상담 전화 안내 정보를 포함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이나 SNS를 통해 인터넷으로 퍼지는 잘못된 자살 관련 정보도 골치다. 신 부센터장은 “포털 등을 통해 잘못된 내용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이용자는 ‘왜 내 글을 수정하느냐’며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SNS나 영상물은 파급력이 크지만, 한 번 인터넷에 올라오면 수정하기 어려워 대응이 곤란한 적도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언급됐던 ‘강제적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밝혔다. 그는 “다양한 매체를 모두 통제하려고 할 수 없을뿐더러 꾸준한 캠페인으로 최근에는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자살예방에 대한 의식을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기에 관련 인식 개선 사업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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