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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과속운전 年 1200만건 적발…매년 급증하는 까닭은?
[헤럴드DB]
-과속운전 교통사고 작년 839건…5년만에 2배 급증
-무인단속장비 확대ㆍ도로 개선 영향 ‘과속체감 못해’
-속도 제한 강화 정책도 한몫…“처벌 강화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해 2월 23일 오전 2시께 인천 서구 경서동의 한 삼거리에서 승객을 태우고 달리던 택시기사 A(55) 씨는 정상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와 승용차에 타고 있던 4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100㎞를 20㎞ 이상 초과하는 등 과속하다 사고 지점에선 34㎞를 초과해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난폭운전)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줄고 있지만 과속운전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792만7477건이었던 속도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183만6906건으로 증가했다. 과속운전 교통사고는 지난 2013년 427건에서 지난해 839건으로 매년 늘면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과속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890명, 부상을 입은 사람은 5369명으로 사상자가 총 6259명에 달했다.

일반 교통사고는 사고 1건당 사망자 수가 0.02명에 불과했던 반면, 과속 교통사고의 경우 1건당 약 0.3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돼 사망률이 일반 사고의 14.5배에 달했다.

이같이 과속운전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우선 과속을 단속하는 무인단속장비가 확대된 것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행 무인단속장비는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만 적발하고 있어 그 어떤 다른 법규 위반보다 적발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법규 위반 가운데 속도위반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 도로 설비가 크게 좋아지면서 운전자들의 체감 운전 속도와 실제 운전 속도의 괴리감으로 인해 과속이 잦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과거엔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만 과속해도 운전자가 과속한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로 설비가 좋아져 법정 안전속도를 넘어도 운전자가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예방 정책 일환으로 속도 제한을 강화한 것도 과속 적발 건수 증가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 초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대 감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도심 일반 속도의 제한 최고속도를 기존 시속 60㎞에서 50㎞로 낮추고, 이면 도로는 30㎞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도 시속 50㎞로 낮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벌금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 속도위반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습적인 속도위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과속 운전자가 면허 취득 뒤 처음 과속으로 적발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15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열 번째 위반을 한 운전자는 앞선 단속 이후 평균 80일 만에 과속으로 다시 적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외국과 같이 과속 단속 기준을 세분화해 위반이 심각할수록 엄하게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무인단속카메라로 적발된 위반 속도가 초과속일 경우 과태료로 전환하지 않고 일본처럼 경찰에 출두해 운전자를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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