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벼랑 끝 사람들-④바꿔야 삽니다]“자살정책 세분화…객관적 근거중심의 심리부검 절실”
8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나선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전문가 “통계적 연구 필요…심리부검 통한 심층조사 병행”
-“청소년 자살 상담교사는 미봉책…교육시스템 변화 필요”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우리는 지난 13년간 OECD 자살률 1위 국가다. ‘자살 공화국’ 오명을 벗을 탈출구는 있을까. 자살 예방을 위한 기존의 국가적 노력은 지난 몇년간 자살률을 감소추세로 바꿔놓았고 OECD 순위를 한단계 떨어뜨렸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는 세분화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살자 전수조사를 통해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고, 상승 추세인 10대 청소년 자살 문제 등을 집중 조명해야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지난 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살예방을 위해서 객관적이고 근거중심적인 접근과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시도가 ‘심리부검’이다.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검토하는 과정이다.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밝히고 국가자살예방정책에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심리부검을 먼저 도입한 핀란드는 1990년 30.2명이던 연간 자살률을 2014년 14.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8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나선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전 센터장은 “기본적인 자살 예방 접근으로 낮출 수 있는 자살률은 다 낮췄다. 이제 심리부검 등 세분화 된 접근을 시도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5년동안 자살자 7만명을 전수 조사하는 연구가 내년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존 연구는 자살 사망자가 몇명인지 숫자로만 제시해 예방책 마련에 한계가 있었다면, 이제 누가 어디서 무엇 때문에 자살했는지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산악지대, 공장지대, 숙박업소가 많은 지역처럼 각각의 특성들이 드러나야한다”고 설명했다.

심리부검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인지도와 참여율이 낮은 상황이다. 현재 심리부검은 주변의 소개나 권유를 받은 일부 유가족의 자발적 동의하에 진행된다. 자살유가족들을 체계적으로 심리부검으로 연계하는 연결고리가 부족한 탓에 국내 도입 4년 동안 300여명의 유가족만이 참여했다. 연간 자살자가 1만명 이상이고 자살유가족은 그보다 많은 수만명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전 센터장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확립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도 아직 보완해야할 지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심리부검은 정서적으로 민감한 상태인 유가족을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면담 방법을 통해 제대로 된 기관에서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현행 자살예방법에는 심리부검 자체는 명시돼 있지만 주체 기관이 명시돼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자살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부검이 우후죽순으로 활성화될 경우 차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서울청정신의학과 정동청 원장.
정동청 서울청정신의학과 원장은 SNS를 통해 확산되는 청소년 자해 행위의 해법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근본책은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의 개선“이라며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고는 어떤 대안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게 운동이나 다른 취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만한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한 채 무한경쟁으로만 내몰린다면 자해 행위와 같은 자기파괴를 통해 욕구를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온라인에 유통되는 자살 관련 유해정보에 대해서는 유해 정보 차단이 중요하다는 전문가 답변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한정훈 사무관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을 통해 동반자살을 모집하는 정보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