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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터뷰] ‘트럼프 외교스승’ 하스 “풍계리 실험장 폐기, 비핵화될 순 없어”
[사진=게티이미지]

-“北비핵화 과정서 한미 엇박자 커질 수도…발맞춰야”
-“北일부시설 폐기…비핵화 될 수 없어”
-“협상 본격화되면 ‘다운-톱’ 방식ㆍ전문가 위주 협상 중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불리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회장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미공조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접근방식과 우선순위에 따라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 등을 주제로 한 제11차 세계싱크탱크평의회(CoC) 회의에 참석 차 방한한 하스 회장은 9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가 같은 페이지(same page)에 있어야 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미가 서로를 깜짝 놀래키거나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떠오른 빅딜안인 ‘영변핵폐기-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의 일부 시설 폐기가 아무리 환영을 받아도 비핵화라고 할 수는 없다”며 “종전선언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정치적 선언인데, 중요한 것은 서로의 기대가 아닌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스 회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국무부 정책기획국장(2001~2003년)을 지내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ㆍ부국장관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스 회장에 대해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하스 회장이 소속된 CFR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ㆍ안보 싱크탱크로 꼽힌다. CFR은 봉쇄ㆍ핵억지ㆍ무기통제ㆍ핵비확산ㆍ미중수교를 비롯해 주요 미국 외교정책에 자문역을 해왔다. 특히 고위관료에서부터 학자, 언론인, 법률가 등 전문가들이 외교정책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출장 계기에 CFR가 코리아소사이어티(KS)ㆍ아시아소사이어티(AS)와 공동주최한 행사에서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이란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좌)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Our Greater Alliance, Making Peace (부제: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President Moon Jae-in))”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사회를 맡은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하스 회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한국 내 ‘영변핵폐기-종전선언’ 맞교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빅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가?

=앞으로의 협상을 낙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알지만, 개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만 북미뿐만 아니라 남북, 북중ㆍ북중러 대화 등 여러 행위자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협상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각 행위자들의 의도를 파악한 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법을 제안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 시설이든 저 시설이든 폐기를 하더라도 그것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시설이 폐기되는 게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도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단순한 기대 혹은 희망을 담은 정치적 선언인데, 북한의 핵물질ㆍ핵무기 운반능력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는 (종전)선언보다 더 큰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나 언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론을 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 이번 대화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전쟁위협과 핵위협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기본원칙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더라도 우선순위와 접근방법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북한의 진정성을 두고도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보를 종합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것이다. 북한이 실제 이행하는 것과 이행을 약속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차이가 있는가. 미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약속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각 조처에 대한 시퀀스(순서)는 어떻게 짤 것인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외교에서 확실한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판을 짜는 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조야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한미간 균열이 생겼다고 보는가?

=한미가 앞으로 직면할 과제는 ‘같은 입장’(same page)을 유지하는 것이 되겠다. 비핵화 과정 그 자체만 보더라도 한미간 균열이나 틈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핵화는 핵물질과 운반수단에 무게를 두지만, 재래식 무기나 다른 군사적 위협에 같은 무게를 두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도 한미간 접근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한미가 지금 국면에서 보다 긴밀하게 공조해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서로를 놀래키는 일은 피함으로써 북한이 한미 사이를 이간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한미 양국 모두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해서 한 국가의 이해가 다른 국가의 이해보다 앞서 있어서는 안된다. 한미 공통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있는 만큼 우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선택적으로 관계나 제재의 정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제재ㆍ관계) 정상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조건과 시점에 정상화를 추진할 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여론의 움직임이나 국내정세에 따라 외교정책의 향보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이나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대북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나와 같은 외교전문가들을 통해 이미 여러차례 미국의 가장 큰 외교문제가 북한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됐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된 만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의 가장 큰 외교과제가 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에 강경노선을 밟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한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뤄졌다. 그리고 그 결과로 ‘외교’가 이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연 외교에 관심을 보였고, 한국 정부도 이를 원했다. 이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했고, 한미는 큰 규모로 이뤄졌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다.

-북미대화가 현재 미중무역분쟁에 끼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역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북미대화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이 향후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 중에 북한문제가 있다고 해두겠다. 현재 미중관계는 여러운 국면에 와있다. 이 국면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악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을 어떻게 이용하고,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지에 따라 그림은 매우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 문제를 보다 거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이 문제를 비롯해 미래 국제 거버넌스 향방을 논의하기 위해 곧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이번 북미대화의 특징은 정상 위주의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근본적 원인으로 상호 불신을 꼽았다. 정상 위주의 톱다운 방식을 통해 한반도 문제와 북미간 불신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상의 의지는 모든 협상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전문가들이 대화에 포함돼야 한다. 대통령이 비핵화 시설과 핵무기에 대한 전문지식까지 갖추기는 어렵다. 톱다운 방식을 통해 거시적인 합의 틀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방식은 전문가 중심의 ‘다운-톱’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각 조치들에 대해 그 순서를 잘 맞춰야 한다.

비록 북한과의 대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존재하고 있다. 어느 단계에 있든 미국은 협상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판을 구체적으로 짜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선대인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있다.

=그의 전략은 선대와 많이 다르지만, 협상의도가 다른지는 모르겠다. 핵심질문은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물질ㆍ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를 취하고자 한다는 게 진심이냐는 것이다. 핵보유와 경제개발이라는 두개의 목표를 이루고자 현재 외교노선을 취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나 또한 김 위원장이 두 가지를 모두 바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틀을 짤 필요가 있다.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은 어땠는가?

=굉장히 좋았다. 문 대통령의 공개연설 전에 따로 사적으로 환담할 기회가 있었다. 연설에서나 환담에서나 현상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모습이 좋았다. 앞에서 밝혔지만, 나는 좀 더 회의적인 입장에 있다.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토론의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현상을 보더라도 굉장히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제시해주는 데에 있다. 다만 정책을 짜고 이행할 때에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여러 계기에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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