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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주, 내년부터 기관배정 물량 늘린다
금투협, 인수업무 개정 개인물량 축소 방침
일부 개인투자자 “기관끼리 나눠먹기” 반발
전문가 “현행 방식은 ‘단기·고액’ 투기 조장”
세금사각지대 해소·장기소액 투자 유도키로

금융당국이 신규 상장사 공모주 물량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비중을 조정하려 하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공모가 대비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은 ‘황금 거위’ 공모주에 투자할 기회를 기관투자자에게만 몰아주려 한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배정 물량 대부분이 ‘소액ㆍ장기 투자자’가 아닌 ‘고액ㆍ단기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는데다, 현재 세제상으로는 수익을 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이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빠르면 이달 중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내에서 청약자 유형군별 주식배정 비중을 조정한 개정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및 업계와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일반청약자 몫은 20%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밖에는 우리사주조합(20%), 코스닥벤처펀드(30%),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10%)에게 배정되고, 이들 투자자들의 청약 미달분을 포함한 잔여 물량이 기관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금투협이 인수업무규정 개정에 나선 것은 기업공개(IPO) 시장 내 상장주관사(증권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한편 그에 따른 책임을 강화해,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금융당국 정책에 호응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범위를 설정하거나 주식을 배정하는 과정 등이 모두 주관사 자율 아래 이뤄진다. 주관사들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식을 배분함으로써, 상장 직후에 주식을 팔아버리는 이른바 ‘플리핑(Flipping)’으로 시장조성을 방해하는 투자자들을 사전에 수요예측에서 배제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청약자 유형별 배정 비중이 규정화 돼 있는 데다, 의무보유 확약을 위반한 일부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를 제외하고는 차별적 배정이 금지돼 있다. 주관사가 청약자들의 ‘성실성’을 관리할 수 없다보니, 주관사로하여금 기업실사를 더 철저히 하도록 유도하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모 안정성을 높이는 ‘총액인수’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우량 공모주에 대한 투자 기회를 박탈해 가는 것”이라며 당국 및 금투협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뭉친 40여명의 투자자들이 금융투자협회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민원진정서를 통해 “‘공모주 개인배정 축소’와 같은 국민권익 및 서민생활과 직결된 중차대한 정책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치 않고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공모주 배정이 실제로는 ‘고액 단기‘ 투자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어 이같은 반발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배정된 20% 상당의 공모주 역시 청약에서 보다 많은 증거금을 납부한 개인일수록 많은 주식을 받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높은 공모주를 기관투자자들끼리만 차지한다는 비판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아파트 청약처럼 일반 서민들에게 공평하게 배정되는 식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돈 많은 개인이 더 많이 공모주를 가져가는 시장이라면 개인투자자 배정 비중을 남겨두는 것이 꼭 시장형평성에 맞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으로 큰 수익을 낸 ‘큰 손’ 개미들이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면도 지적된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주주를 대상으로 부과되는데, 코스피의 경우 종목별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액 15억원 이상이다. 공모청약 당시 1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을 납부할 수 있는 ‘큰 손’이 아닐 경우 보유하기 힘든 규모고, 애초에 1인당 청약한도가 있어 그만큼의 주식을 배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라면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은 단기차익 기회를 주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 단타 위주의 투기적 시장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결국 이런 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주식을 산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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