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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날 572돌②]지자체 홍보 “꼭 영어로 해야 하나요?”
지역 수식어 ‘영어’ 혹은 ‘한글+영어’
행정용어에도 필요없는 외래어 ‘수두룩’
일부 지자체 “용어 순화하자”


[헤럴드경제]세종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한 지 572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외래어가 뒤섞인 행정용어를 쓰는 일이 여전하다. 특히 지자체를 홍보하려고 만든 지역 수식어는 대부분 영어나 영어와 한글을 뒤섞어 만든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지역 주민들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공무원들이 나서 한글 순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 소개 수식어는 대부분 ‘영어’=‘블루시티(Blue-city) 거제’, ‘로맨틱(Romantic) 춘천’, ‘원더풀(wonderful) 삼척’, ‘레인보우(Rainbow) 영동’, ‘드림 허브(Dream hub) 군산’.

전국 지자체가 시·군 누리집(홈페이지) 등에 지역을 소개할 때 넣은 문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영어 등 외국어다. 지자체들은 지역 명소나 관광지, 특산품, 산업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모두 외래어로 낙찰이 됐다.

예를 들면, ‘블루시티’를 채택한 거제시는 푸른 바다를 낀 관광휴양 도시와 조선산업을 이끄는 산업일꾼의 상징인 ‘블루칼라’를 모두 표현하기 위해 ‘블루’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레인보우’로 지명을 소개한 충북 영동군은 사과(빨강)ㆍ감(주황)ㆍ국악(국악)ㆍ푸른 산(초록)ㆍ맑은 물(파랑)·포도(남색)ㆍ와인(보라) 등 종합적으로 상징할 수 있는 대상을 고르다 보니 ‘레인보우’가 됐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이름을 만든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의미를 몰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드림허브’ 군산에 사는 박모(42)씨는 “도시 이름에 그런 소개가 붙었는지 처음 들었다”라며 “시민들이 알기 쉽게 한글로 소개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행정용어도 외래어 ‘수두룩’=“실링액을 가내시 해주세요“

행정기관 공문서에 종종 등장하는 이 문장은 한국말이긴 해도 뜻을 바로 알아듣기 어렵다. 여러 종류의 외래어가 중첩돼 사용되다 보니 소위 ‘아는 사람’들만 이해하는 문장이 된 것이다.

사실 이 문장은 ‘최고 한도액을 미리 통보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링액은 ‘상한·천장·한도’를 뜻하는 ‘실링(Ceiling)’에 액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액’이 합쳐져 최고 한도액을 뜻하고, 가내시는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림’이라는 뜻의 ‘내시(內示)’에 접두사 ‘가(假)’를 붙여 ‘임시 통보’라는 뜻으로 쓰인다.

전국 지자체가 축제를 할 때마다 쓰이는 ‘성료’라는 단어도 ‘성대하게(盛) 끝마쳤다(了)’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사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마무리’, ‘성공’, ‘잘 마쳐’ 등으로 쉽게 풀어써도 되는데 굳이 사전에도 없는 어려운 말을 쓰는것이다.

이밖에 경기도에서는 예비창업자가 투자자 앞에서 사업성을 검증받은 행사를 ‘UP 창조오디션’으로, 농업인에게 농장을 빌려주고 작목을 직접 생산·유통하는 체계를 ‘팜 셰어’라고 부른다.

▷”이대로는 안된다“…용어 순화에 나선 지자체=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용어 순화에 나서기도 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전북 전주시는 지난 7월 외래어와 한자 등의 사용을 바로 잡겠다고 발표했다. 의미가 불분명한 한글과 외래어를 혼용하는 대신 시민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이해할 수 있는 우리 말을 행정용어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우선 행정용어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다른 기관의 순화ㆍ개선 사례를 수집하기로 했다. 고친 용어는 시민에게 의견을 구해 공문서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광주시도 지난달 17∼18일 공무원 160여명을 상대로 공공언어 바로 쓰기 교육을 했다. 광주시는 교육 내용을 토대로 공문서 작성 시 지켜야 할 원칙 및 규정을 마련하고, 한자로 된 행정용어를 한글로 고치도록 개선안을 만들었다.

신환철 전북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 등 일부 행정기관에서 여전히 일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외래어 혼용 행정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행정용어 순화작업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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