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글날 572돌①]구하라 덕에 회자된 ‘리벤지 포르노’…‘가해자’ 중심 표현
“피해자 잘못 탓”…복수 정당화
“왜 찍었나” 비난 쏟아져

‘여성’ 피해자 많아 ‘남성 중심적’ 지적도
이미지 성착취 등 교체 바람직

[헤럴드경제]572번째 한글날을 맞아 최근 SNS나 언론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라는 용어의 사용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에서도 평소에는 사실상 금기시되는 ‘포르노’라는 말이 단지 ‘리벤지’라는 말과 결합했다고 해서 사실상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 씨는 지난달 말 전 남자친구인 유명 헤어디자이너 A 씨를 강요ㆍ협박ㆍ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구씨는 고소장에서 쌍방폭행이 일어난 지난달 13일 A씨가 과거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적인 영상을 전송하면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구씨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 4일 ‘리벤지 포르노 범들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동의를 받기도 했다.

‘리벤지 포르노’란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이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목적으로 두 사람이 촬영한 은밀한 영상이나 사진을 인터넷 이나 SNS에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이 가해자 중심의 영어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리벤지라는 말 자체에 피해자가 복수를 당할 만한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어떤 부당한 취급을 해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가 보통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표현이 ‘남성의 언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서 유통되거나 친구들끼리 공유되기도 하는 점을 보면, 복수가 아니라 상업적 이익이나 흥미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리벤지’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포르노’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끼리 촬영한 영상물을 마치 불특정 다수를 위해 작정하고 찍은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피해 여성들에게 “그런 걸 왜 찍었느냐” “거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난이 받게 지적이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표현 때문에 피해 여성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클레어 맥글린 영국 더럼대 법대교수는 “리벤지 포르노의 본래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아 ‘영상기반 성적 학대(image-based sexual abuse)’라고 정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포르노’라는 단어는 상업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성적 흥분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 인식돼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 사용할 용어로는 부적절하다”라며 “리벤지 포르노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성범죄’나 ‘이미지 성착취’, ‘기술 매개 젠더 폭력’ 등의 용어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