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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술, 술술 마시다 큰일 ②] 자살도 야기하는 술…시도자 중 절반 ‘음주 상태’
설, 추석 같은 연휴 때 혼자 있다 술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의 소식을 종종 접한다. 자살과 밀접한 음주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공=다사랑중앙병원]

-연휴 때 혼자 있다 음주後 ‘잘못된 선택’ 많아
-자살 시도자 54% ‘음주 상태’…“충동적” 89%
-주 3회 이상 음주 ‘위험 음주자’ 자살 위험 2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설 당일 만취, 자살 소동을 벌인 40대가 자신을 병원으로 이송해 주던 구급대원들의 뺨을 때려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 오후 5시께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A(당시 44세) 씨는 친구에게 “죽으려고 약을 먹었다”고 연락했다. 친구의 119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들은 만취한 A 씨를 발견, 병원에 이송하려 했다. A 씨가 “술을 마신 뒤 김 봉지에 든 방습제를 먹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급차에 탄 A 씨는 난동을 피우더니 급기야 구급대원 2명의 뺨을 1차례씩 때렸다. 소동 끝에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위 세척을 했으며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하지만 쓸쓸히 연휴를 보내는 사람은 술에 의존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A 씨처럼 낭패를 보기도 한다.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술에 의지해 연휴를 보내는 일은 삼가야 한다. 가장 기쁜 날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 씨 사례처럼 자살을 시도하거나 선택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설, 추석 같은 연휴 때 종종 접하는 소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 불린다. 2016년에만 자살자 수 1만3092명이나 된다.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날마다 그보다 20배나 많은 사람이 자살을 시도한다. 연휴에 A 씨처럼 혼자 술을 마시다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연휴에 혼자 있을수록 술을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김태영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자살과 알코올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대한 음주 문화로 인해 이면에 있는 술 문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살 위험을 높이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음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이성적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시킨다. 한두 잔의 술은 알코올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행복 호르몬’과 ‘쾌락 호르몬’인 세로토닌ㆍ도파민 수치를 높여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과음을 하면 뇌가 알코올의 자극에 둔감해져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게 되고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러한 기분을 다시 술로 해소하기 위해 과음과 폭음을 반복하다 보면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술 마시는 일 외에는 의욕이나 흥미가 생기지 않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

김 원장은 “우울한 사람은 병원을 찾기보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란 음주효 과에 대한 기대로 술을 약물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술에 취해 뇌의 전두엽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자살 시도자 1만2264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 시도 당시 절반이 넘는 53.5%가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충동적으로 시도했다’는 사람은 88.9%였고, ‘계획적으로 시도했다’는 사람은 11.1%에 불과했다.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는 주 3∼4회 술을 마시는 ‘위험 음주자’의 자살 위험이 비음주자의 1.92배, 주 5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의 자살 위험 역시 1.93배로, 약 2배 가까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 원장은 “특히 자살 사망자 중 음주 문제군의 경우 삶 전반에 걸쳐 문제성 음주를 지속하는 패턴을 보이고 자해, 자살 시도력이 있음에도 본인은 물론 가족조차 음주 문제의 치료 필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살과 알코올이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 만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치료 등 알코올 정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 시도자의 대다수가 언어ㆍ행동ㆍ정서 상태 변화를 통해 자살 이전에 사전 경고 신호를 보낸다”며 “연휴에도 주변을 돌아보며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 주위의 자살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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