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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지전문대 모자 참변]“힘든 거 내색 않는 착한 아이였는데…내 친구 죽은 게 맞나요?”
지난 9일 화재로 모자가 사망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전문대학교 창업보육센터 건물.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 점심시간에 달려온 친구들, 현장 앞에서 눈물만
- “남의 고민 들어주는 배려깊은 친구였는데…”
- 경찰, 외부인 출입 없고 인화성 물질 뿌려져 방화로 1차 결론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지난 10일 오후 모자가 화재로 사망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전문대학교 창업보육센터 앞. 한 남학생이 건물 옥상을 바라보며 입을 막고 흐느꼈다. 그는 사망한 A(17) 군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온몸을 떨면서 “내 친구가 여기서 친구가 죽은 게 맞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는 학교에서 친구의 소식을 듣고서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친구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는 그제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전날 창업보육센터 5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A 군은 현장에서 숨졌다. 함께 거주하던 어머니 B(48) 씨는 온몸에 전신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오피스텔 구조로 이뤄진 이곳은 원래 창업을 준비하는 용도로 써야 하지만 이들 모자는 이곳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꼭대기 층은 창문이 모두 깨져있었다.

소방당국 등과 합동감식을 벌인 경찰은 화재가 인화성 물질에 의한 인위적 착화(방화)인 것으로 1차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현관 앞과 거실, 통로 등 주거지 전체에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뿌려졌다. 화재 당시 센터 건물에 모자 외 다른 사람이 없었고, 외부 침입도 없었다는 점을 토대로 경찰은 사망한 모자 중 한 사람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 군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으려 했던 친구들은 빈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겠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발걸음을 돌렸다. 친구들은 A 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믿을 수 없어 했다. 한 학생은 고인에 대해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었다. 남의 고민이나 꿈을 듣고 절대 비웃지 않는 그런 착한 친구였다”고 떠올렸다. 다른 친구 역시 “착하고 남들을 잘 챙겨주는 친구였다. 그 누구보다 친구들을 웃게 해주는 아이였는데 이렇게 될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이 모자 중 한 명의 방화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내가 아는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늘 친절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이들 모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어머니 B 씨의 부검도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을 통해 불이 흘러나간 방향 등을 파악해 어떤 경로로 사망했는지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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