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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전과 다르다던 정부ㆍ서울시, ‘메르스’ 엇박자ㆍ기싸움 여전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입국객들이 체온을 측정하는 열화상카메라 앞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 소통 부족 여전
-미묘한 엇박자 시민 혼란 가중
-첫 환자 대응 두고도 정보 엇박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몇몇 자치구에서 음식체인점을 운영하는 김모(50) 씨는 지난 1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따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답답함만 커졌다.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의 ‘엇박자’ 때문이다. 그는 메르스 접촉자 중 상당수가 자신의 체인점이 있는 자치구에 있다면 미리 방문객용 손소독제를 대량 구입할 목적으로 두 기관에 관련 정보를 번갈아 문의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모든 정보는 질병관리본부가 총괄한다”는 말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역 일은 서울시에 물어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김 씨는 “차라리 공개가 어렵다고 했으면 답답함이 덜했다”며 “이런 사소한 일부터 서로 기싸움하듯 대응하면 위급상황일 땐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3년 만에 다시 터진 메르스를 두고 “과거와는 달리 잘 소통하고 있다”던 정부와 서울시 간 균열이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두 기관이 이번 일에 미묘하게 엇박자를 내면서 이를 보는 시민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메르스 환자 A 씨의 동선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0일에는 시청에서 A 씨의 동선 일부를 추가 공개했다. 이는 모두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하지 않았으며, 질본에선 따로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다.

페이스북 라이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환자가 쿠웨이트에서) 의료기관을 두 번 방문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한 차례 방문한 것으로 발표했다”며 질본을 꼬집었고, 시청에서는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이 “메르스 환자가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하며 자가용으로 마중 나온 부인과 다른 차량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질본이 환자가 부인과 같은 차량으로 병원에 탔었다는 식의 말을 한 뒤였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며 “역학조사가 치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또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없다”고 말한 이후였다.

두 기관은 A 씨의 초기 대응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 혼란을 낳았다.

서울시는 10일 “(A 씨가)입국 전 부인에게 공항으로 올 때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며 “또 A 씨는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하며 자가용으로 마중 나온 부인과 다른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A 씨가 메르스 감염을 짐작했음에도 검역 당국에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곧 A 씨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질본은 같은 날 뒤따라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A 씨의 부인이 마스크를 쓰고 다른 차량을 탄 데 대해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지인의 권고가 있었다”며 “몸이 너무 불편히 누워갈 수 있는 밴형 차량을 부른 것”이라고 부랴부랴 추가정보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동을 자주 오가는 이와 그 가족은 학습효과로 현지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서울시는 A 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수액을 맞았을 가능성에 힘을 줬지만, 질본은 수액을 맞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엇갈림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러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질본 관계자는 “(발표)시기의 문제일 뿐 서울시와 함께 하는 역학조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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