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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명제~탄핵심판…헌재 ‘파란만장 30년’

1일 헌법재판소 개소 30주년
인터넷 실명제 ‘생활밀착형’
대통령 파면 역사적 결정도
기본권 수호기관 자리잡아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1일 개소 30주년을 맞는다. 명목상 기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헌재는 1988년 문을 연 후 30년 동안 3만 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했다. 초기 인신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는 데서 출발한 헌법재판은 탄핵심판이나 정당해산 심판과 같은 정치적 사안은 물론 생활과 밀접한 사건까지 판단하며 명실상부한 기본권 수호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 출범한 1기 헌재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된 시기였다.

서울통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규광 변호사가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이성렬, 한병채 재판관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사소송법의 대가로 불리는 학자 출신의 이시윤 재판관, 검사 출신의 김양균 재판관도 있었다. 헌재가 위헌결정한 첫 사건은 1989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조항에 관해서였다. 민사소송 ‘가집행’ 대상에서 국가를 제외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었다. 1기 헌재는 인신의 자유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검사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을 구형하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영장 만기일까지 구속됐던 형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피의자가 변호인을 접견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 행형법 조항이나 보호감호제를 규정한 사회보호법도 헌재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잃었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후 임기를 시작한 2기 재판부는 김용준 전 대법관이 소장을 맡았다. 헌법재판이 본 궤도에 오른 시기다. 1기 재판부 때 42건에 그쳤던 위헌결정은 160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과거사 관련된 사건이 주목받았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12·12 군사 쿠데타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1996년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결정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1년 만에 번복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0년 윤영철 대법관이 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3기 재판부는 굵직한 정치적 사안을 처리하며 헌재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2004년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렸고, 헌재는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며 기각 결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도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파면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헌재의 존재감이 대중에 각인됐다. 헌재는 같은해 신행정수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정의 근거로 ‘관습헌법’을 든 것은 무리한 논리 구성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기 재판부는 헌재가 본격적으로 판사 출신 인사로 구성된 시기다. 이강국 전 대법관이 소장을 맡았고, 민형기, 김종대, 목영준, 조대현, 이공현, 이동흡 재판관 등 9명 중 7명이 법원장급 법관으로 채워졌다. 사회적인 법의식 수준이 올라가면서 생활에 밀접한 헌법소원 사건이 많았다.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판정을 받았고,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전기통신법 조항도 헌재 결정에 의해 효력을 잃었다. 일명 ‘미네르바법 위헌 사건’이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10원짜리 동전에 다보탑이 그려진 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낸 사건도 있었다”며 “헌재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요구도 다양해진 시기”라고 평가했다.

5기 재판부는 처음으로 현직 재판관이 소장이 된 시기다. 검찰 출신의 박한철 소장이 취임한 이후 헌재가 심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건을 처리했다. 처음으로 열린 정당해산심판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 파면 결정 이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총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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