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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최악’·난민까지…남미의 ‘폭탄’ 베네수엘라
초인플레이션에 통화가치 95%이상 절하
위기 막기엔 역부족…올 50만명 이탈
남미 각국 “더이상 오지 마라” 단속


베네수엘라가 남미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인플레이션(물가상승) 사태로 통화를 95% 이상 평가절하했지만 휘청대는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제난으로 자국을 빠져나가려는 베네수엘라인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주변국과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방송·파이낸셜타임스(FT)·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7일 볼리바르화 가치를 95~96% 평가 절하한 새 통화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도입했다. 기존 통화에서 ‘0’을 5개 떼어낸 셈이다.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가상화폐 ‘페트로’와 연동된다. 현재 1페트로의 시세가 미화 60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1달러는 60볼리바르 소베르노가 된다.

베네수엘라는 또 내달 1일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액면가 기준으로는 60배, 암시장 달러 환율로는 34배 인상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00만%로 전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나왔다. 앞서 베네수엘라는 저유가에 따른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 발행량을 늘린 한편,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 위기를 겪게 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경제적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했지만, 이런 조치는 경제 안정화나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가디언은 최근 설문조사를 인용해 약 90%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60% 이상은 식량을 살 수 없어 배고픔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CNN은 “베네수엘라는 1970~1980년대 남미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지만 인플레이션과 식량부족, 정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의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만성적인 식량·의약품 부족, 범죄율 상승, IMF의 인플레이션 경고 등으로 올해 자국을 떠난 베네수엘라 국민이 5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올해 상반기 망명 신청건수만 11만7000건이다.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등 주변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남미 국가 사이에서는 베네수엘라인이 각국으로 들어가 일자리를 뺏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응책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인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해 북부 국경지역 호라이마주에 군인 12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여권을 소지한 베네수엘라인들만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페루도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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