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각종 관세·제재 조치를 동원하며 ‘미국인 목사 석방’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보수기독교인인 복음주의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복음주의 기독인들은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미국이 터키를 거듭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강대강’으로 맞선 터키는 리라화 폭락사태에 이어 에너지 수입위기도 맞닥뜨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터키에서 가택연금 상태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 장관 2명을 제재한 데 이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했다. 터키 리라화는 그 충격에 폭락사태를 맞은 후 보복관세로 맞섰다.

양국 갈등의 중심에 있는 앤드루 브런슨 목사는 지난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왔다. 지난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로 구속됐으며, 최근 가택연금에 처한 상황이다.

브런슨 목사는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미 복음주의 자문위원회 회원인 조니 무어는 FT에 “미 전역 교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브런슨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미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 대선에서 이들의 80%가 트럼프 대통령을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터키는 바짝 코너에 몰렸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터키 장관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며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즉각 석방하지 않는다면 추가제재를 계획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터키는 미국의 제재·관세에 따른 리라화 폭락 사태로 에너지 수입에서도 위기에 빠졌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석유, 천연가스 등을 수입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석유거래업자 사이에서 올 들어 유가가 6% 올랐다면, 터키 구매자에게는 60% 이상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연료 수입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돼 경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