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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딴지…보험금 간편청구 ‘하세월’
“현행 의료법선 어려워” 난색
비급여 ‘영업비밀’ 노출 꺼려
일부 대형병원서 시행 ‘모범’
동네병원등 참여 정부에 달려


소비자들에 요긴한 ‘보험금 간편청구’가 수년째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행 주체인 공ㆍ사보험 정책협의체가 의료계와 ‘비급여 문제’로 대립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일단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하자며 보험사와 일부 대형 병원 간 간편청구 서비스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 병원 등 전국 9만여 개의 의료기관이 모두 참여해야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 의료비 경감 등을 논의하고자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만든 공ㆍ사보험 정책협의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복지부가 실손보험료 인하 및 비급여 관리 강화 등 협의체의 논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주한 ‘문재인케어의 실손보험 반사이익 효과’ 보고서가 아직 안나왔기 때문이다. 당초 7월 말께 최종보고서를 내고 논의를 진행하는 게 목표였지만, 아직 협의체 회의 날짜가 정해지기는커녕 최종 보고서도 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협의체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실손보험료 인하와 상품구조 개편, 실손 보험금 간편청구 등을 논의하려고 했다. 이중 보험금 간편청구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직접 가 떼어와야 했던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 보험금 청구 서류를 가입자가 아닌 병원이 바로 보험사에 전송해 보험료 청구 절차를 대폭 줄인 정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금 타기가 쉬워지고, 병원이나 보험사는 대량의 종이 문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중한 업무나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어 정책 호감도가 높았다. 특히 대형 병원들은 이미 진료기록을 전산화해 관리해 정부의 허가가 있으면 당장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을 내세우며 간편청구 서비스 확대에 난색이다. 의료법 21조 2항은 의료인 등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환자 본인의 정보제공 동의가 있더라도 병원이 진료기록을 보험사로 바로 전송해선 안 된다. 동네병원 등 일부 1차 병원들은 시스템이 노후화돼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전산으로 전송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에서는 보험금 간편청구 문제 역시 ‘비급여 의료행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전송하면 병원들의 비급여 의료행위가 병원별로 집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보장범위가 건강보험의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인데,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한 자료가 전산으로 관리되면 병원의 비급여 의료행위로 인한 수입도 백일천하에 드러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는 현재 전체 의료비 69조4000억원(2015년 기준) 중 8.1%인 5조6000억원을 보험금으로 보장하고 있다. 환자부담 의료비(25조4000억원)로 따지면 22% 수준이다.

일부 손보사는 대형병원과 손잡고 의료법 위반을 피해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분당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2017년 11월부터 보험금 청구 간소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KB손해보험도 올해부터 강남과 신촌 세브란스 병원과 관련 서비스를 론칭했다. 교보생명도 삼육 서울병원과 상계 백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과 간편청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보험금 간편청구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대형 병원 뿐아니라 전국에 있는 9만1545개의 의료기관 전체에서 모두 의료기록 전산청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게 보험권의 주장이다. 의료법 개정은 물론, 단위별 병원의 전산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현안이 해결돼야 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2년부터 보험금 청구가 자동화된 자동차 보험금은 복지부와 금융위, 국토부, 공정위, 경찰청 등 6개 정부부처가 나서 제도개선을 추진해 성과를 맺었다.

보험권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3300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이 다치거나 아플 때 모두 병원에 진단서 등의 서류를 받아와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라며 “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자동차 보험금처럼 정부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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