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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2시간 시행 한달①]“퇴근 후엔 TV시청만”…갑자기 늘어난 여가, 어떻게 보내시나요?
[사진=123rf]
-“내 꿈 찾으러” vs “아직 적응 안 돼” 엇갈린 반응
-새로 생긴 여가시간 ‘가족과 함께’ 답변이 27.7%
-“시간 지나며 제도 정착되면 긍정적 효과 나올 것”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빨라진 퇴근 시간에 새로운 꿈을 찾을 여유를 되찾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일부는 갑작스레 바뀐 생활 패턴에 아직 적응하지 못해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로 23년차 직장인인 배모(51) 씨는 요즘 퇴근 후 일과가 TV 시청이 됐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회사에서는 사실상 야근이 금지됐다. 퇴근시간은 앞당겨졌는데, 배 씨는 아직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고등학생 딸이 ‘미드(미국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소개해줘 요즘 배 씨의 퇴근 후 일상은 ‘미드 시청’으로 바뀌었다. 배 씨는 “갑작스레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직장생활 내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여가 시간이라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3년차 직장인인 이모(28) 씨는 요즘 작문 학원을 다니며 소설가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직장에 도입되며 이른바 ‘칼퇴’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이 씨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소설가라는 꿈을 준비 중이다. 입사 초기에만 하더라도 바쁜 일정과 야근 탓에 여가는 엄두를 못 냈지만, 이 씨는 학원에서 본격적인 작문 공부를 시작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씨는 “주변에서도 악기를 배우거나 학원을 등록하는 등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설마 진짜 야근이 없어지겠느냐’며 주저하던 동료도 적극적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워라밸(일-생활 균형)’이란 말을 최근에서야 배웠다는 한 출판회사 직원 권모(49) 씨는 요즘 퇴근 때마다 일거리를 집으로 들고 온다.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해오던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권 씨는 “하루아침에 일상이 바뀌면서 업무패턴을 바꾸지 못했다”며 “매번 업무량이 넘쳐나 사실상 집에서 ‘후반전’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이한 직장인들의 대처 모습은 다양하다. 당장은 바뀐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직장인들이 있지만, 새로 생긴 여가시간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최근 직장인 대상 교육 업체인 휴넷이 전국 직장인 942명을 대상으로 한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여가시간과 관련된 설문에서 응답자의 27.7%가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취미생활을 갖겠다’(22.3%)는 답변이 2위를 기록했고 ‘운동’(19.1%), ‘공부’(16.2%), ‘휴식’(8.9%), ‘계획 없음’(5.8%)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원 노무사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며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지금은 제도 도입 초반이라 시행착오가 곳곳에서 생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더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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