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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2시간 시행 한달②]“워라밸 행복하나요?”…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주 52시간제는 남의 떡” 중소기업ㆍ판매직 ‘눈물’
-근로시간 단축되도 ‘고민’…“무임금 노동하기 일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모(56) 씨는 여름휴가는 물론 주 52시간제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사원 없이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탓에 휴가나 주 52시간제는 언감생심이다.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 6일에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하는 한 씨에겐 일요일만이 유일한 휴일이다.

한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덕분에 저녁을 되찾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며 “혼자 사업장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하루에 8시간 일하고 남들 쉴 때 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 52시간제를 본격 시행한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일부 직장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근로자 50~299인 사업장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에 대한 단속ㆍ처벌은 6개월간 유예된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사무직의 경우 주 52시간제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지 않는 사업장이나 판매직군 등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김모(29ㆍ여) 씨는 대기업을 다니며 칼퇴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현재 직장에선 야근하기 일쑤인데다 여름 휴가도 단 3일만 주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도 조만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고 하지만 김 씨에게 워라밸은 여전히 그저 머나먼 일에 불과하다.

김 씨는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300명 이상의 회사에만 적용되다 보니 우리 같이 직원이 겨우 30명 정도에 불과한 중소기업은 워라밸과 거리가 멀다”며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느낀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업무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무임금 노동’을 감수하는 것이다.

5년차 직장인 박모(33)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회사에선 빨리 퇴근하라고 닦달하지만 업무량이 워낙 많아 회사에서 혼자 남거나 자택에서 일을 가지고 무임금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 업무를 대체해줄 사람이 없는 이상 주 52시간제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의 개발부서에서 일하는 이모(31) 씨도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가 도입됐지만 프로그래밍 작업 특성상 일이 끊기면 다음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회사 홍보팀도 컴퓨터가 꺼지면 휴대전화로 일하거나 노트북을 집으로 가져가서 일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예기간인 올해까지 주 52시간제가 실효성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 관계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인식으로 안일하게 준비하다간 ‘무늬만 주 52시간제’로 전락할 수 있다”며 “유예기간 동안 현장에선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운 부분과 그에 대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보완 및 개선책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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