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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지도(欲知島), 그 섬을 여행하는 사람들…
욕지도 해안의 빼어난 풍광.

-해안절벽과 출렁다리, 천혜의 절경 품은 섬
-반드시 먹어봐야할 고등어회와 고구마라떼
-귀촌 부부의 운명적 만남, ‘서므로카페’에서

[헤럴드경제(통영)=윤정희 기자] 사람은 누구나 여행을 한다.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로서 내가 떠나는 여행의 이유는 대략 두가지다. ‘살랑살랑’ 미래로 가기위한 호기심에서거나, 과거로 희미해진 추억을 ‘뚜벅뚜벅’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번 여행은 첫번째, 호기심에 해당했다. 무더운 육지의 날씨 탓에 시원한 바람이 좋아보이는 섬여행을 택한 것도 또다른 이유이다.

우리나라엔 얼마나 많은 섬들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해양수산부에서는 총 3358개 섬중에 유인도가 482개, 무인도가 2876개란다. 이중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욕지도’. 불교적 의미로는 ‘알고자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던가, 여하튼 처음 가보는 그섬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통영 삼덕항에서 배를타고 한시간. 드디어 섬의 안쪽, 욕지항으로 들어섰다. 멀리서 바라본 섬은 조용했지만, 항구의 모습은 요란스러웠다. 섬으로 들어서는 사람들과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려는 사람들, 장사를 하는 섬사람들이 엉켜서 마치 도떼기시장처럼 어지러웠다. 섬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단절과 고립’은 애당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기에 넘쳤다.

‘어디를 가든 먼저, 그곳의 먹거리를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욕지도의 명물, 고등어회를 먹기로 했다. 1976년 국내 최초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욕지도, 현재 전국 고등어양식장 17곳 중 12곳이 욕지도에 모여 있다. 욕지도 해안가 바다 위에 오륜기처럼 떠있는 동그란 구조물이 보인다. 직진성이 강한 고등어의 특성상 사각형의 수조에선 머리를 부딪혀 죽는 경우가 많아 동그란 모양으로 양식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전 모 TV방송으로 알려진 서촌횟집을 찾아 고등어회와 구이, 조림으로 화려한 점심식사를 마쳤다. 쫄깃한 식감에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신선함으로 평소 고등어회가 부담스런 입맛임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욕지도 해안의 빼어난 풍광.

식사를 마치고 욕지도의 대표명소 중 하나인 펠리컨 바위와 출렁다리를 찾았다. 욕지항 여객터미널에서 1.5㎞를 오르면 출렁다리 입구에 위치한 자그마한 노천카페 ‘서므로’가 눈에 띄인다. 이곳에서부터는 차를 추차하고 걸어서 해안길을 내려가야 한다.

5분정도를 걸으면 펠리컨바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 입구에 다다른다. 2012년 연결된 출렁다리는 높이 40m의 바닷가 수직 절벽을 길이 30m, 폭 1.5m의 다리이다. 수직절벽 사이로 아슬하게 연결된 다리는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아찔한 스릴을 안겨준다.

출렁다리를 지나 펠리컨바위에 이르면 비로소 욕지도가 품은 절경에 감탄이 저절로 쏟아진다. 특히 바위의 안쪽끝에서 해안절벽을 따라 촛대바위를 바라보는 절경은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다. 오랜 세월,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의 침식ㆍ풍화 작용으로 완성된 깎아지른 절벽과 새하얀 포말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출렁다리와 펠리컨바위를 구경했다면, 해안가 숲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거리의 ‘고래강정’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강정은 바위벼랑이란 뜻으로 욕지도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절벽과 숲길 풍경이 무척이나 근사하다.

30분 남짓 걸었기에 목도 마르고, 무엇보다 욕지도가 자랑하는 고구마라떼가 먹고 싶어졌다. 욕지도에서 가장 유명한 농산물은 고구마다. 타박이 고구마라고 불리는 밤고구마 계통의 고구마로, 욕지도의 강한 해풍을 맞으며 자라 감칠맛이 뛰어나다. 일반 고구마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수확기가 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욕지도 해안의 빼어난 자연 풍광에 반해 귀촌한 ‘서므로카페’ 주인부부의 다정한 모습.

출렁다리 입구에 위치한 서므로카페의 주인은 부산에서 살다가 욕지도로 귀농한 부부란다. 남편이 정성껏 농사지은 고구마로 아내가 달달한 얼음라떼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놨다. 이들 부부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욕지도 서므로카페 대표 김민경 씨와 남편 조경래 씨. 이들 부부가 귀촌하게 된 사연은 아내인 민경 씨가 지난 2015년 봄에 우연히 섬여행을 계획하던중, 유명한 방송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욕지도를 알게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부부가 함께 욕지도 여행을 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아내가 먼저 귀촌하고 이어서 남편 경래 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귀촌하게 된 것이다.

욕지도 해안의 빼어난 풍광.

고구마라떼를 한모금 넘기면서 주위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눈이갔다. 왼편으로는 아기자기한 욕지항과 어촌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오른편으로는 거대한 태평양과 섬들과 푸른 파도가 동공을 가득 채웠다. 가슴벅찬 순간이었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 이번 여행을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충분히 그 시간을 즐겼다.

섬을 떠나기 전 욕지도의 해안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남은 시간 일주도로를 달렸다. 차가 없더라도 공영버스를 타면 섬 일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자전거와 도보로 섬을 여행하는 여행자들과 쉴새없이 마주쳤다.

잠시 내려선 새천년 전망대에선 펜리컨바위의 머리모습이 정확히 눈에 들어온다. 1977년 영화 ‘화려한 외출’을 찍었다는 촬영지 표지판이 있는 삼여전망대에서는 용왕의 세 딸과 이무기 총각에 얽힌 전설이 깃든 삼여바위를 볼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덕동해수욕장을 지나 섬의 서북단인 솔구지 근처에 이르면 두미도와 상하 노대도가 보인다. 솔구지를 지나면 길은 차츰 바닷가로 내려서면서 바닷가에 위치한 펜션들과 캠핑장이 동촌부두까지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일주하는 코스는 17km.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들이 일주도로변에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항구에 다다랐을때 예약한 배시간이 남았다. 욕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욕지항 인근에 위치한 자부마을 골목길은 60~70년대에 시간이 멈취진 느낌이었다. 자부마을의 옛 이름은 좌부랑개다. 지금은 조용한 어촌마을이지만, 1970년대까지는 통영의 대표적인 부촌이었다고 한다. 근대화 시기 각지의 어선이 욕지항으로 몰려들었고 섬에는 색시집으로 불리던 술집과 여관, 당구장, 술집 등이 생겼고 그 흔적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통영시는 이곳에 특색을 살린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조성했다. 일본인 총책임자인 도미우라 저택과 일본인 판자촌, 욕지고등심상소학교, 명월관과 안방술집 거리, 이시모토 상회, 고등어를 염장하던 고등어 간독 등 자부마을 골목길을 둘러보다 어느덧 시간이 멀지감치 흘렀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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