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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은, “安, 사과 후 다시 범행…빠져나올 수 없었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1심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참혹했던 그날…합의에 의한 성관계 부인”
-“평판 중요해 문제제기 어려워” 괴로움 호소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는다. 왜 4번이냐 당했냐고. 하지만 안 전 지사에게 묻고 싶다. 다 잊으라고 해놓고, 이제 그만 안 하겠다고 해놓고 거절하면 왜 제압하고 성폭행 했는지.”

2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진술에 나선 김지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 당한 날을 떠올리며 “그날 상황이 어려워 늦을 것 같다, 꼭 가야 하는 상황이냐고 갈 수 없다고 했지만 계속 연락해 재촉해서 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재판장에서 공개적으로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제2회 공판기일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을 한 적 있지만 이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는 약 30분간 그동안 지난 3월 미투 폭로 이후 느꼈던 심정, 안 전지사의 수행비서로 일 하면서의 느낀점, 범행 전후 상황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진술했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피고인(안 전 지사)이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부하 직원을 성폭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비서라도 피고인이 불렀으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가족과 저녁을 먹다가도 달려가고 피고인이 술에 취해 운전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대리운전하러 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꾸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안 전지사의 범행 이후 쉽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안 전지사의 사람들이 결국 다른 캠프나 연구소, 국회의원실로 가는데 그들이 전부 낙인을 찍으면 어느 곳에도 못 간다고 들었기 때문에 (폭로하기) 두려웠다. 정무직은 다른 직과 달라 평판조회가 중요해 안 전지사의 말 한마디에 취업이 결정난다”면서 “거대한 피고인 멈추는 건 이를 공론화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3월 처음 한 언론사에서 미투 폭로를 한 날을 떠올리며 “가장 힘든 날은 미투 폭로를 한 3월 5일이 아니라, 마지막 범행이 있었던 2월 28일이었다. 그는 미투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성폭행했다”면서 “어지럼증과 두통 등으로 몸이 너무나 아팠다. 참혹했다”고 흐느꼈다.

김 씨는 발언 중간중간 감정에 격해져 눈물을 흘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는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 씨 대각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안 전지사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와 결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 역시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번도 피고인을 상사 그 이상, 이하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내 직원에게 부끄러운 짓을 해서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씩씩하게 일하자’며 상사와 부하직원으로서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는 이성관계로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김 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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