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매맞는 ‘空權力’
“공권력(公權力)이 아니라 공권력(空權力)입니다.”

공권력이 추락하고 있다. 경찰 등 제복공무원이 맞으면 뉴스가 안되도 때리면 뉴스가 되는 시대다. 최근 경찰관을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한 20대 남성이 법원 1심 선고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자 경찰사회의 불만이 들끓는다. 다행히 발사된 테이저건 침은 경찰관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이 아닐수 없었다. 일선 경찰관들은 “솜방망이 처벌은 공권력을 우습게 생각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허탈해 했다.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한 것은 상해 여부를 떠나 심각한 공권력 훼손 행위라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한 경찰관은 “동물보호법은 있어도 경찰보호법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번 판결은 경찰 등 일선 현실에서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매 맞는 공권력’ 사건은 끊임없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2015년 공무원연금공단의 공상 심의결과 공무집행방해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공상으로 인정된 사례는 3240건으로 연평균 540건이나 된다. 현직 경찰관이 공권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현장에서 폭행당하지 않게 해달라며 청와대에 제도 개선 청원을 내 공감을 받기도 했다.

반대로 명백한 범죄 현장에서 과잉진압 논란이라도 벌어지면 진압에 나선 경찰이 처벌과 민사상 책임까지 져야하는 게 현실이다. 일부 경찰관이 비난을 받더라도 몸을 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2016년 서울 연신내지구대에 근무하던 한 순경은 지구대 조사실에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취객을 제압하다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혀 합의금과 치료비로 5300만원을 물어줬다. 빚더미에 앉은 이 순경을 돕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이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미국의 단호한 대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정복을 입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경찰 등 공무원이 공무집행하는데 영향을 미치거나 협박을 가하는 경우에는 5000달러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양자를 병과할 수 있다. 특히 사법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방해행위는 구속수사가 원칙이다.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경찰을 포함한 소방관, 해양경찰 등 ‘제복공무원’에 대한 폭행이 이어지면서 지난달에는 장관과 경찰청장 등이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지난 5월 구급대원 전북 익산소방서 강연희 소방경이 구급활동 중 취객에게 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나온 호소문이다.

역설적으로 장관의 호소문은 공권력이 처한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제복 공무원 폭행을 하지 말아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사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호히 처벌하지 못한 정부와 사법부에 큰 책임이 있다. 제복공무원 폭행은 단순한 폭력이 아닌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정부와 사법부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해야 한다.

지금은 공권력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평안한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일이 반복된다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