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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문 앞은 우리 구역”…쌍용차 노조-보수단체 충돌
지난 5일 대한문 앞 광장 모습. 민주노총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의무경찰 대원 뒤로 민주노총 노조원들과 태극기를 든 국본 회원이 보인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태극기집회 측 “2년간 우리가 집회한 곳”
-민주노총 “쌍용차 투쟁의 상징적 공간”
-소란 막는 법안 있지만 적용 엄격한 실정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지난 5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를 둘러싸고 인간벽을 형성했던 의경 대원들이 교대를 시작했다. 그 사이 의경 앞에 서 있던 한 중년남성이 성을 내며 벽을 뚫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의경들과는 수차례 부딪친다. 남성은 곧 제지됐지만, 이를 막아선 의경들은 고통스러운듯 인상을 찌푸린다.

이날 대한문 앞 광장은 확성기 소리와 고성이 난무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를 위해 올라온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 노조원들이 분향소를 설치하고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2년간 대한문에서 집회를 진행했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 회원들이 거세게 여기에 반발한 것이다. 양측은 ‘대한문 앞 광장의 활용권’을 놓고서 크게 대립각을 세웠다. 관할 남대문 경찰서에서 출동한 수십여명의 경찰관들은 이들의 다툼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뺐다.

민주노총 측은 오전 11시부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관할인 남대문 경찰서에 신고했다. 국본 측은 오후 5시~7시 ‘자유한국당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시간차를 두고 상반된 집회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신고된 것이다. 

민주노총 측 기자회견을 놓고서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는 국본 회원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현장에서 만난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두 쪽 모두 ‘대한문 앞이 성지’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본 측은 지난 2년간 이곳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오는 8월께까지 이곳에 집시를 신청해 뒀다. 국본 집회 참가자 이모(62ㆍ여) 씨는 “대한문 앞은 우리 회원들이 집회를 진행해 온 곳”이라며 “어제 갑자기 저쪽(민주노총)에서 분향소를 설치한다면서 들어와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60대 여성 참가자도 “(대한문은) 갈 곳 없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장소인데, 갑자기 민주노총에서 난입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이 설치돼 있어 태극기 측과 입장이 충돌하고, 서울시 소유인 시청앞광장 집회는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대한문 앞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측에도 대한문 앞 광장은 상징적인 장소다. 2010년대 초반 시작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집시를 처음 진행했던 곳이 대한문이다.

김정욱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2010년 이후 투쟁을 진행했던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라며 “보수단체를 자극할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경우를 방지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 2항은 기준이 지나치게 엄밀하다. 해당 법안은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집시가 (성격이) 상반되거나 방해가 될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분할을 ‘권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시 금지 통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경우’로 기준이 엄밀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이같은 사소한 충돌이 제법 발생하는 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관련된 판례를 비롯해 복잡한 경우가 많아 법안은 현재 소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면서 “설령 장소나 시간이 중복되더라도, 대한문처럼 공간이 큰 경우 집회를 다 받아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집시 신고제가 모호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1인시위나 기자회견은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다. 선전성을 갖고 있는 현수막이나 분향소 등 선전도구들도 경찰서 관할이 아니다. ‘옥외선전물’로 분류되 인근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본과 민주노총 측은 이날 오후 3시께 서로 소요를 일으키지 않기로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양측이 앞으로도 대한문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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