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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뢰 찾으세요?…아니요, ‘물 새는 상수도관’ 찾아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주성동의 한 주택가에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가 맨홀 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서울 상수도사업본부 ‘누수 탐지팀’ 동행
-누수율 1.9% 세계적 수준 이룬 일등공신
-물 새는 소리 찾아 서울전역 상수도관 탐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주성동의 주택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4명이 누수(漏水) 탐지기(다점형 상관식 누수탐지기)로 무장한 후 골목 구석구석을 다녔다. 이들은 상수도 제수밸브라고 쓰인 맨홀 뚜껑을 들고는 안쪽 깊숙이 누수 탐지기를 설치했다.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이 날, 40㎏ 넘는 뚜껑을 들어올리면서 땀이 비오듯 떨어졌다. 같은 방식으로 한 시간에 설치한 것만 10여개다. 이어 박문종(55) 누수탐지전문관이 청진기ㆍ헤드셋이 합쳐진 것 같은 장비를 꺼냈다. 끝 부분을 땅에 대곤 지뢰 찾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박 전문관은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긴장이 풀린듯 땀을 닦았다.

서울 상수도망의 촘촘함이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오른 데는 ‘누수 탐지팀’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밝힌 지난해 누수율은 1.9%다. 누수율은 상수관을 타고 흐르는 수돗물이 누수되는 양의 비율이다. 적을수록 물이 덜 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민에게 수돗물이 온전히 전달됨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수율도 95.7%로, 2016년 기준 일본 도쿄(96.0%)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미국 뉴욕(85.8%), 영국 런던(73.9%)에 비교하면 한참 앞서가는 값이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주성동의 한 주택가에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가 맨홀 안으로 누수 탐지기를 넣고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본부가 막 발족된 1989년만 해도 서울의 누수율은 42.4%였다. 어떤 작업으로 이 같은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고자 본부 누수탐지전문관의 일정에 동행했다.

33년 경력의 박문종 전문관 등이 이끄는 누수 탐지팀은 서울의 누수율을 낮춘 1등 공신이다. 이들은 누수 지점을 찾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맨홀 뚜껑 아래 누수 탐지기를 넣는 다점형 탐사 ▷청진기 모양의 누수 감지기를 통한 음청식 탐사를 병행중이다. 누수 탐지기가 반경 200m 내 물이 새는 소리를 들으면 탐지팀이 청진기를 갖고 정확한 누수 지점을 찾는 방식이다.

이날 누수 탐지팀은 일반 벽돌 크기의 누수 탐지기를 손수레에 가득 채운 후 움직였다. 맨홀 뚜껑을 여는 것부터 일이었다. 탐지기는 지하 곳곳으로 조심스럽게 안착했다. 박 전문관은 “서울을 2037구역으로 나눠 반복 작업한다고 보면 된다”며 “서울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년 정도”라고 했다.

본부는 누수 탐지인력으로 직원 27명과 기간제 직원 56명 등 모두 83명을 운용하고 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이들을 필두로 아끼는 수돗물 양은 천문학적이다. 본부에 따르면, 누수율이 2016년 2.3%에서 지난해 1.9%로 낮아지면서 절약한 수돗물 양은 600만㎥이다. 0.4%p 낮아졌을 뿐인데 500㎖ 물병 기준 120억병을 아낀 것이다. 1000만 서울시민이 쓰는 약 2일간의 수돗물 양이며, 돈으로 환산하면 16억원 수준이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주성동의 한 주택가에서 박문종 누수탐지전문관이 누수 감지기를 통해 땅 속 물이 새는 상수도관을 찾고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물론 탐지가 쉽진 않다.

무엇보다 누수 탐지기가 짚은 범위 내에 정확한 누수 지점을 찾는 일이 만만찮다. 물이 새는 소리가 아주 작아서다. 일반인에게는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누수탐지전문관을 ‘누수 진단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문관의 사인이 떨어지면 땅을 파고 상수도관을 살펴보게 된다. 이 날 박 전문관은 일정이 끝날 때까지 땅 속 작은 소리 하나에도 집중했다. 바람과 바퀴 등 온갖 소리 중 작은 물줄기 소리를 찾는 것이다. 그는 “도로의 상황, 상수도관의 종류에 따라 물이 새는 소리가 다르다”며 “한 번의 틀린 판단으로 대규모 공사가 허탕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본부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탐지 정확도가 더 높은 누수 탐지기를 도입ㆍ시범 운영중이다. 현재 일부 사업소만 쓰고 있다. 도입 범위는 점차 넓어질 예정이다.

본부는 앞으로도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누수탐지, 상수도관 정비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유수율 96.0%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221㎞를 전량 교체해 촘촘함을 다져간다.

이창학 본부장은 “누수율 최저 달성으로 경영합리화를 이룩, 품질 좋은 수돗물을 최저요금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건강하고 깨끗한 수돗물이 낭비없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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