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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멋대로 성폭행 피해사실 페이스북에 올린 경찰…손배소 패하자 항소
[사진=헤럴드경제DB]


-외국인 여성 피해자 실명과 성폭행 피해 공개
-‘300만원 배상’ 판결에 항소와 강제집행정지 신청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관광을 왔다가 성폭행을 당한 외국 여성의 신원을 SNS에 공개한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 여성을 상대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최근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경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송경호 판사가 “경찰은 피해자 A 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에 대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하고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호주 국적의 여성 A 씨는 지난 2015년 9월 휴가차 한국에 들렀다 성폭행을 당했다. 홍대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중 기억을 잃은 A 씨는 다음날 아침에서야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신고 6개월이 지나도록 좀처럼 범인을 잡지 못했고, A 씨는 미국의 범죄피해기금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 Fund Me)’에 직접 범인을 찾아달라는 호소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A 씨는 “경찰로부터 ‘왜 성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하느냐’ 등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데다 경찰의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당시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 용산경찰서가 A 씨의 글을 반박하는 내용의 설명문을 작성해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A 씨는 “한국 경찰이 내 실명을 거론하며 페이스북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려 인격과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3년 만인 지난 5월 법원은 “개방성과 전파성이 높은 SNS인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생활인 성폭력 피해사실을 적시했다”며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손해배상과 함께 경찰의 사과를 받을 줄 알았던 A 씨는 최근 경찰이 낸 항소장을 받아야 했다. 경찰은 항소와 함께 손해배상이 가집행되지 않도록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300만원을 담보공탁까지 했다. 결국, 경찰이 지난달 14일 먼저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은 다시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A 씨측이 강제집행 결정문을 받기도 전에 돈을 공탁하며 항소까지 한 것은 피해자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소송을 유지하기로 한 배경과 상관없이 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끝까지 승패를 가리려는 태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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