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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부처 반대에도 ‘4대강’ 강행…“보 설치하고, 물그릇 8억t으로 늘려라”
박찬석 감사원 사무총장이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4대강 감사결과 발표
-MB 지시에 국토부·환경부 이의제기 안 하고 실행
-감사원 “MB, 직권남용 등 위법성 판단 못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4대강 물그릇(수자원 확보량)을 8억t으로 늘리고, 낙동강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하자 국토교통부가 근거도 모른 채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환경부 역시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결과가 나왔음에도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는 대통령실 요청 등에 따라 공론화를 하지 않고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4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 대운하사업 중단 선언 후 두 달 뒤 국토부 장관에게 “하천정비사업을 해보자”고 지시해 시작됐다.

같은 해 11∼12월 국토부는 “제방을 보강하고, 준설 등을 통해 홍수를 방지하겠다”고 ‘4대강 종합정비방안’(13조9000억원)을 보고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보를 설치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5∼6m로 굴착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니 대통령 지시사항인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국토부 장관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말해 보고를 못 했다.

2009년 4월 8일 국토부가 “낙동강 하류 최소수심을 4m로 하고, 전체 수자원 4.9억t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전 대통령은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은 같은 달 21일 국토부 차관 주재 긴급회의에서 “통치 차원에서 향후 부족한 물 확보 필요 인식, 물그릇을 4.8억t에서 8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같은 달 24일 ‘낙동강은 최소수심 4∼6m, 16개 보를 설치해 총 7억6000만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해 수락받고, 27일 발표했다. 이후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러한 지시를 했는지 직접 듣고자 했으나, 이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법상 대통령의 직무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결국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에 4대강 관련 지시가 위법한지, 사실상 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운하를 건설하면 보 설치로 수질오염 발생 우려가 있고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했고, 2009년 3월엔 대통령실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 발생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이후 환경부는 대통령실로부터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는 등 요청을 받고는, 그 후부터 조류와 관련된 문안을 보고서에서 삭제하거나 순화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절차상 하자 등 위법사례들도 적발했지만, 4대강 사업이 2013년 초 마무리된 만큼 징계시효(최대 5년)와 공소시효 경과로 징계·수사를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앞으로 사업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효과와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 검토 결과가 충분히 논의되도록 하라”고, 환경부 장관에게 “국민 생활과 관련이 높은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2일 4대강 사업 감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녹색연합 등 40개 환경단체가 4대강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작년 7월부터 감사에 착수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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