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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용컵 중독’ 사회①]한해 7억6000만개 펑펑…“텀블러 할인? 머그컵 사용? 귀찮아”
-텀블러 이용률 저조…“머그컵 위생 못 믿어”
-“머그컵 없다” 카페측이 일회용컵 권하기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서혜진(31ㆍ여) 씨는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의 유명 커피 전문점에 들러 동료들과 ‘수다 타임’을 가진다. 매일 쓰는 커피 값만 최소 5000~6000원. 텀블러를 사용하면 커피 가격을 할인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손 씨는 굳이 텀블러를 휴대하지 않는다.

손 씨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게 귀찮다. 세척하고 들고다니느니 몇 백원 더 내고 일회용컵으로 사 먹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2. 자영업자 이성우(35) 씨는 카페를 갈 때면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머그컵이 아닌 일회용컵을 고집한다. 카페에 앉아 있다가 다 못마신채 들고 나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이 씨는 “누군가가 썼던 머그컵을 알바생들이 씻어서 사용하는 것인데 얼마나 깨끗하게 씻을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내가 알바생이라도 손님이 몰리면 대충 씻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손님들이 버린 일회용컵의 모습.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지나친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의 시민들은 편의성과 위생을 이유로 여전히 일회용컵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7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7억6000만여 개로 3년 새 1억2000만여 개 늘었다.

주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2009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업체별로 텀블러를 가져가면 100~3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텀블러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11년간 집계된 텀블러 할인 건수는 총 2000만여 건으로 연 평균 약 180만 건이다. 연간 약 1억5000만잔의 음료를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텀블러 할인 건수는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가 최근 재활용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12곳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텀블러를 가져오면 10% 할인해주거나 매장 내에서 머그컵을 이용하면 리필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편의성과 위생 문제로 크게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들의 주된 의견이다. 테이크아웃 여부와 무관하게 일회용컵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대다수의 카페 점주들도 애초에 머그컵을 권하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41) 씨는 “손님 대부분이 머그컵 사용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 주문을 받을 때 나도 묻지 않게 된다”며 “알바생들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손님 입장에선 ‘머그컵이 더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머그컵 사용의사를 묻는 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예 머그컵을 구비해놓지 않은 커피전문점도 많다. 한 유명 커피전문점의 경우 아이스 음료를 위한 머그컵을 구비해두지 않아 테이크아웃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스음료를 주문한 손님들에겐 모두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아이스음료 주문이 많은 시기엔 사실상 머그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해당 커피전문점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A 씨는 “현재 아이스 음료를 담을 머그컵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에 담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일회용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업계와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업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실효성이 있는 정부 대책이 뒷받침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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