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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콕집어 “펜스” 北의 데스노트…美강경파 입 ‘족쇄’ 채우기
北 최선희 “무지몽매” 비판
美부통령 압박에 작심발언
볼턴 비판보다 수위는 낮아
전문가 “판 깨지 않으려는 뜻”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발(發) ‘데스노트’가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그간 북한을 향해 비판 발언과 강경 공세를 취했던 인사들을 향한 ‘핀포인트(정밀) 사격’을 가하면서 북미회담 걸림돌 제거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리비아식 모델’ 언급으로 북한을 자극했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입지가 좁아졌고, 태영호 전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기관 직에서 물러났다. 이번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차례란 해석이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은 24일 발표된 담화문에서 펜스 부통령을 ‘맹폭’했다. 최 부상은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명색이 유일초대국의 부대통령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좀 알고 대화 흐름과 정세완화 기류라고 어느정도 느껴야 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최 부상의 발언은 펜스 부통령이 미국 시각으로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과)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핵폐기)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북한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진행자가 ‘위협으로 들린다’고 하자 “그게 사실”이라 답했다. 그는 또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도 수위는 조절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킬 정도의 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통상 북한의 발표 수위는 국무위원장 명의가 가장 급이 높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권위있는 매체도 무게가 있다. 이번엔 실무자인 김계관 보다 급이 낮은 최선희 부상 개인 명의 담화란 점에서 ‘판을 깨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말 판을 깨자는 의지였으면 김정은이 나서서 얘기를 했을 것이다. 김계관을 다시 내세운 것이 아니란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개인 명의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을 향해 ‘사이비 우국지사’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리비아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던 대표적 ‘슈퍼 매파’ 인물이다. 북한의 ‘맹폭’ 이후 백악관 내 볼턴 보좌관의 입지는 이후 최근 크게 위축된 상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북한의 ‘데스노트’에 이름이 올라갔던 인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기사에서 태 전 공사를 지목해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전날 국가정보원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직에서 자진해 사퇴했다.

남북고위급회담 취소 이후 발표된 ‘매개’의 급으로만 보면, 조선중앙통신이 가장 수위가 높았고 외무성 제1부상, 외무성 부상 등 순이다. 비판 성명에 실리는 수위 역시 대체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이날 발표된 최선희 부상의 발표에는 ‘남한 비판’ 발언이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날 풍계리 핵실험장에 남한 언론을 마지막에 입국 허가한 것도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단초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최선희 부상의 이날 담화에 ‘다만의 경고’ 수준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대목은 최선희 부상이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고지도부와 자신을 분리시킨 것이다. 자기가 보기에는 너무하다는 의미”라며 “이번엔 펜스를 딱 찍어 체제모독하는 발언을 막겠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는 배제하고 대화파의 입지가 강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얻고자 하는 최대한의 옵션을 끌어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판 자체는 깨지 않기 위해 실무자들이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날 최선희 부상 담화중에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 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미국과 대화가 되지 않으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대원ㆍ홍석희ㆍ문재연 기자/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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