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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부실 판결②] ‘상고허가제’냐 대법관 증원이냐…진척없는 개선 방안
-대법원, ‘심리불속행’ 폐지ㆍ상고법원 도입추진에도 입법 무산
-변호사업계는 ‘대법관 증원’, 대법원장은 ‘상고 허가’ 해법 달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에서 2~3줄짜리 ‘부실 판결문’이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상고심 사건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하자는 ‘상고심 개편안’은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국민의 3심 재판 받을 권리와 상충하는 면이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상고심 사건은 4만3694 건에 달한다. 2007년 2만6392건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1년에 수십 건에 불과한 전원합의체 사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결론이 내려진다. 산술적으로 1년에 3000건 이상을 대법관 한 명이 처리하는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대법원 제공]

변호사업계에서는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심리불속행제를 폐지하고, 상고기각 사유도 충분히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 왔다. 대법원도 2015~2016년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도입이 무산되면서 상고심 개편 논의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대다수의 3심 재판을 대법관이 아닌 상고법원 판사에게 맡기는 대신 사건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문을 내겠다는 취지였지만,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면서 입법화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최근 대법관 수를 늘리는 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에 불과한 대법관 수를 증원해 1인당 사건 부담 수를 줄이자는 해법인데, 주로 변호사업계에서 제시돼 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도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전원합의체 사건 합의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엇갈리는 사안에서 통일된 결론을 내려야 하는 대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반론이다. 또 대법관 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1년에 대법관 한 명이 처리하는 사건 수가 여전히 많다는 점도 반대논리로 작용한다. 대법관을 현행 12명에서 20~30명 선으로 늘린다고 해도 1인당 사건 부담은 1300~2000 건으로 여전히 과중하다.

이에 비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상고허가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다. 대법원은 1년에 중요사건 수십 건 정도만 맡고, 나머지 사건은 2심이 최종심이 되는 제도다.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리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률심’임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제도로 꼽히지만, ‘국민의 3심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여론을 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우리나라도 1981년 3월 ‘소송촉진 특례법’을 제정해 상고허가제를 시행했지만, 이같은 지적에 따라 9년 만인 1990년에 폐지됐다.

일부에서는 대법관 외에 ‘대법원 판사’를 임용해 사건을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관들은 소수의 사건에 집중하고, ‘대법원 재판’을 원하는 수요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판사 승진 경로를 만들어 대법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일선 재판부의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대법원 외에 별도의 법원을 설치하지 않을 뿐, 사실상 입법이 무산된 ‘상고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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