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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장난 아닌 장난감 가격…창신동 장난감 골목 ‘짝퉁 레고’가 점령
-진품은 수십만원…짝퉁은 1/3 수준 4만원 아래
-주머니 얇은 젊은층ㆍ아이 부모가 ‘단골’로 찾아
-시민들 “실제 제품과 품질 차이 거의 없어” 만족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가게 앞 매대를 채운 ‘블록’ 제품들은 쉽게 봐 왔던 ‘레고(Lego)’가 아니다. 상표가 부착되는 블록상자 한쪽 귀퉁이에는 ‘레레(Lele)’ㆍ‘레핀(Lepin)’ 또는 ‘다르고(Dargo)’와 같은 낯익은 듯 어색한 기업 마크가 새겨져 있다. 흔히 ‘짝퉁(가짜) 레고’라고 불리는 중국산 블록 제품들이다.

매장 관계자는 “어떤 때는 짝퉁이 진짜보다 더 잘 나간다”고 설명한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소 3000원에서 시작하는 소형 레고 피규어들은 중국산 블록으로 구매할 경우 1500원부터 시작한다. 캐릭터가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제품을 구경했다.

한 소비자가 동대문 문구 완구거리에서 아동용 완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직원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지난 3일 오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문구ㆍ완구거리를 방문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이곳 시장은 장난감을 사러 온 아이와 부모님, 또 젊은 세대들로 북적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빠가 매대에서 상품을 보고 있었다. 유모차 안 아이도 제품에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을 찍는 장난감 마니아들, 휴대전화를 들고서 아이 부모에게 물어가며 제품을 살펴보는 이모ㆍ삼촌의 모습도 포착된다.

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상당수 점포 앞 매대를 채우고 있는 중국산 블록들이었다. 정품 레고 블럭 대신 매대를 가득히 메우고 있다. 제품들은 저렴했다. 상당수 제품이 4만원 이하에 거래되고 있었다. 

매장에 진열돼 있는 중국산 블록 제품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매장에 진열돼 있는 중국산 블록 제품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레고의 정품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 제품은 온라인 스토어 기준 62만원 수준이지만, 중국산 블록인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은 4만원 이하, 10만원을 호가하는 레고의 인기 블록 시리즈인 닌자고 제품들도 중국산 기준 3만원정도다.

시장에서 만난 강수민(31ㆍ대학원생) 씨는 “원래 레고를 좋아했는데, 가격이 비싸서 중국산 블록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가격이 1/3에서 1/10 수준이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레고마니아 송모(32) 씨도 “열혈 수집광만 아니면, 품질에는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제품이 잘 나온다”며 “차이점이라면 블록에 박혀있는 레고 로고가 중국산 블록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짝퉁 시장의 성장은 장난감 제품들의 고가화와 맥락을 함께 한다. 

3일 동대문 문구 종합시장, 비가 오기 시작하자 진열된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 천막 발을 내리는 상인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동대문 문구 종합시장 전경.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전체 14억2000만 달러인 국내 완구시장에서 수입완구의 규모는 8억6000만 달러 수준인데, 최근 이들 수입장난감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권장소비자가격제도가 폐지된 이후, 2015년 2.29%ㆍ2016년 4.47%로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결국 부모들과 장난감 마니아들 중 상당수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요새는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전혀 특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가 어렵기도 하고, 장난감이 비싸기도 하다”며 “최근 시장을 휘어잡는 인기 완구가 없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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