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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잇따른 재조사…“법 질서 혼란 우려” vs “정의 구현”
-검ㆍ경, 공소시효 끝난 사건 재조사 착수
-“정치적 의도 有” vs “공소시효 개선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최근 검찰과 경찰이 잇따라 과거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착수한 것과 관련해 뒤늦게라도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은 법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다수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의 경우 최근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이 넘은 단역배우 자매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 TF를 꾸렸다. TF에만 수사과 소속 경찰과 청내 변호사 등 20여명이 투입됐다. TF는 우선 남아있는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상황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실제적인 처벌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04년에 발생한 사건인 탓에 친고죄가 적용될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도 지났기 때문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최근 1차 본조사 대상과 2차 사전조사 의혹 사건을 선정했다.

사전조사 대상에서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도 포함되어 있지만 지난 1972년 발생한 춘천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이나 1986년에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건 등 조사 대상 13건 가운데 6건은 2000년 이전의 사건이다.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나 징계는 물론, 자료 확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선 이미 법원 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해 재조사가 법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시효 제도라는 것은 일정 기간 이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가 공권력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인데 시효가 끝난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것은 법 질서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과거 사건의 재조사에 나선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 조직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우리 조직은 오래된 사건이어도 다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선 뒤늦게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법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덮힌 사건의 경우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는 것이 우리 법의 이념 정신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잘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과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소시효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다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유독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짧은 편”이라며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책임을 피한 범죄자가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막으려면 공소시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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