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부실감사 회계법인, 줄소송·거액배상 ‘몸살’
감사받는 업체가 일감을 주는
‘갑-을 구조’ 탓 부실회계 급증
투자자 피해 140억 배상 사례도

회계법인들이 ‘줄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질적인 부실감사로 형사처벌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거액을 물어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 김정운)는 강모 씨 등 개인투자자 72명이 잘만테크 대표 박모 씨와 다산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잘만테크 등은 15억976만원을 배상해야 하고, 회계법인도 이 중 1억9000만원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진다. 투자자들 손해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통해 1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했지만 외부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고 오히려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의견’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한 감사절차를 수행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컴퓨터주변기기 등을 만드는 잘만테크는 수출량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2015년 상장폐지됐다.

투자자들이 회계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회계법인의 손해배상 규모는 2015년 14억원에서 2017년 164억원으로 2년 사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중소규모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유명 대형 회계법인들도 소송을 당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STX조선 주주에게 피해액의 60%인 49억여원을 강덕수 전 그룹 회장과 연대해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도 지난해 포휴먼 소액주주에 141억원, 2016년에는 옛 신텍 주주에게 47억원 등을 배상했다. 이 밖에 안진회계법인(대우전자ㆍ대우조선해양)과 신우회계법인(경남기업), 세영회계법인(대양글로벌) 등 사례도 있다. 안진회계법인의 경우 소속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실형이 확정됐다. 2014년에는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회계사 2명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만테크 소송에서 투자자 측 대리인을 맡았던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분식회계에 대한 유혹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어 외부감사가 제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수년째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이 회계법인을 자율 선임하는 ‘갑을관계’, 한정적인 감사 기간 등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STX조선과 포휴먼 사건 소송을 맡았던 유경재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도 “감사보수 정체 등을 이유로 컨설팅 부문에 집중하는 경우가 늘면서 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기업과 유착관계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