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뉴스탐색]“취업하려고 서울 사는 척”…지방 취준생의 설움
-“지방서 서울 올 때 못 받은 면접비, 지방갈 땐 주더라”
-“멀어서 일 못시키겠다” 면접관 추궁…비서울민 ‘냉가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서울서 직장 얻고 서울에 사는 일, 정말 쉽지 않네요…서울은 참 살기 좋은 공화국이죠. 여기에 터전만 있다면요.”

상반기 취업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非서울시민’을 향한 차별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기업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경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이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거주비용으로 큰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어 안정된 정착에는 오랜시간이 걸린다. 

[지난달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업하려고 서울 사는 척도 해봤어요”= 지방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입사원서에는 거주지를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기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하반기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유혜리(27ㆍ가명) 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서울 친척집 주소를 거주지라고 기재했다. 유 씨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한 중견기업 면접에서 회사와 집이 멀다는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취업 전 서울 소재 중견기업 면접을 봤었는데 집이 경기도인 걸 보곤 ‘야근이 많아 멀리서 다니기 쉽지 않을 것’이라더라”며 “채용되면 독립해 나와살테니 문제없다고 대답했지만 그 회사 연봉이 세지않아 버티기 힘들거라고 지레 짐작하길래 다음부턴 주소지를 서울로 기재했다”고 말했다.

서울살이가 고달픈 건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취업한 비서울민들은 높은 주거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 3년차 직장인인 김현우(32ㆍ가명) 씨는 아침 8시 30분 출근을 위해 경기도 일산 본가에서 나와 월세살이 중이다. 김 씨는 “매달 집세로 80만원이 나가니 1년이면 1000만원이 증발하는 셈”이라며 “혼자 살아서 더 드는 생활비까지 합치면 3년동안 같은 월급 받는 동료보다 4000만원 이상 못 모은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지방의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전방위적 양극화는 최근 부동산 시세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이 처음으로 공개한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작년 말 대비 0.72% 상승했지만 지방은 0.29% 하락해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지방서 서울 올 땐 안 주는 면접비, 서울서 지방가면 주더라고요”= 서울 소재 대학 졸업후 천안에서 취업 준비중인 김승현(26ㆍ가명) 씨는 면접 때마다 서울로 향한다. 김 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면접보러 왔다고 면접비를 더 주는 곳보다 회사가 지방에 있으니 면접비를 더 준다는 곳이 더 많다”며 “그런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서울 밖은 역시 ‘변두리’인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방 구직자를 배려하지 않는 건 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2016년 상반기 채용부터 면접비 2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모 공공기관은 강원도 원주로 이전하면서야 면접비 지원 예산을 따냈다. 서울 사무소 시절에는 주지 않던 면접비를 수도권 거주자가 지방으로 면접보러 가야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기고서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대다수 취준생이 면접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운데, 교통ㆍ숙박ㆍ식비 등 지출 항목이 많은 지방 취준생들의 비용 부담은 그 안에서도 더 무겁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접비를 부분적으로 지불한다는 기업은 10곳 중 3곳이었다. 기업별 평균 면접비 액수도 평균 2만 6000원으로 나타났다. 차비로만 수만원을 지불하는 지방 구직자들은 구직 과정에서 금전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