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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버스 ‘뒷문 승차 얌체족’…안전은 없다?
-하차하려는 승객들 못 내리고 버스 출발도 못해
-뒷문 계단까지 가득… 버스기사 시야 가려 ‘위험’
-뒤쪽부터 채워 타고 출퇴근길 버스 증설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역에 한 시내버스가 정차했다. 순간 버스 앞뒤로 문이 동시에 열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승객이 버스 뒷문으로 우르르 몰렸다. 10여명의 승객이 황급히 뒷문으로 올라탔다. 내리는 승객과 올라타려는 승객이 부딪혀 버스는 혼잡했다. “뒤로 타시면 안돼요” 버스 기사의 외침에도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버스 뒷문이 닫히지 않도록 사람들이 가득 차자 승객 한 명이 타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 서울 마포구의 한 버스정류장 앞. 하차를 하려던 직장인 하모(28) 씨는 버스 뒷문으로 올라타는 사람들에 눌려 꼼짝달싹 못했다. 사람들에 떠밀려 앞문까지 간 그는 결국 버스기사에게 “내려달라”고 소리쳐서 겨우 앞문으로 하차했다. 뒷문 승차 객에 하차하는 사람이 앞문을 이용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하 씨는 “출퇴근길 사람들이 붐벼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버스정류장. 사람들이 버스 뒷문으로 승차하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버스 뒷문 승차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버스 앞문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달리 뒷문으로 우르르 승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버스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을 관찰한 결과 뒷문으로 승차하는 사람들과 하차하는 사람들이 부딪혀 버스 정차가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내리려는 승객이 제 때 못 내리면서 버스 출발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승객들이 버스 앞문과 뒷문으로 올라타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뒷문 승차는 출퇴근 길 사람들이 너무 몰려 버스 기사들이 승객을 배려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승객들도 많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이수희(31ㆍ여) 씨는 “당장 차를 타지 않으면 출근길은 막혀서 다음 차를 타면 지각이다. 배차 간격을 줄이지 않을 거면 뒷문이라도 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들은 뒷문 승차를 허용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표했다. 서울 시내 버스기사 A 씨는 “승차하면 카드를 찍지 않고 부정승차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해 버스 입장에서는 삼가려고 한다”면서 “그런데 승객들이 뒷문을 쾅쾅거리며 치거나, 뒷문 열어달라고 항의하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버스 뒷문으로 승차하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뒷문까지 열어야 할 정도라면 버스는 이미 만원인데 만원버스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마포구의 최순자(52ㆍ여) 씨는 “가끔 보면 뒷문이 열릴 때까지 사람들을 우겨 넣는다. 뒤로 타는 사람들은 잡을 손잡이도 없이 계단에 그냥 서 있는 것인데 위험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가급적 앞으로 승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버스가 혼잡하고 앞쪽에 탈 자리가 없어서 출퇴근길에 뒤로 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운전기사의 시야를 가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먼저 탄 시민들은 뒤쪽부터 채우기 위한 노력해야 하고 출퇴근길 혼잡도가 높은 노선의 버스가 증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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