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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화려한 지하철 광고 뒤…매일 ‘아이돌 얼굴’ 닦아주는 사람들
-지하철 휘황찬란한 광고판 닦는 사람들
-스크린도어ㆍLED 등 하루 80개 특별관리
-“안티팬이 광고 훼손…관리 안하면 엉망”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광고판이 항상 깨끗한 보이죠? 이틀만 안 닦아도 쌓이는 지하철 먼지는 말도 못해요.”

아이돌이나 유명 배우가 등장하고 화려한 조명으로 지하철역 이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판. 항상 밝고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광고판들은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으로 유지된다. 매일 지하철역을 돌며 광고판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28일 지하철 사당역 광고판을 관리하는 김 씨의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지하철광고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61)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작업 조끼와 손걸레 하나를 든 가벼운 차림으로 강남 방면 2호선 승강장에 들어섰다.

김 씨의 오전 일과는 담당하고 있는 강남역, 사당역, 양재역 등 지하철역 6개를 모두 돌며 밤 사이 훼손된 광고가 있는지 점검하는 일로 시작한다. 김 씨가 맡아 관리하는 지하철 역은 이름만 들어도 굵직굵직했다. 유동 인구가 많고 그만큼 광고판도 많은 화려한 역사다. 역마다 돌아다니며 조명이 꺼진 광고는 없는지, 낙서나 이물질로 훼손된 광고판이 있는지 확인하면 오전 시간 대부분이 지나간다. 오후에는 광고판 청소를 진행한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광고판 관리 차원에서 하는 작업이다.

힘든 내색 없이 일하는 김 씨와 동료들이지만 광고판이 엄연한 사유물이란 의식 없이 함부로 대하는 시민의식에 손사래를 칠 때도 있다. 김 씨는 “지하철 광고로 걸린 연예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진 얼굴 부분을 칼로 긋거나 낙서해 훼손하는 일도 있고, 광고판에 커피를 쏟고 그냥 도망치거나 가래나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에는 그런 진상사례도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술먹고 토해 놓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라고 웃었다.

지하철 광고 관리 인력은 김 씨말고도 더 있다.

김 씨와 같은 지하철 광고관리 인력의 역사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가 활성화된 1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스크린도어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선로 방향에 설치된 새로운 캔버스였다. 스크린도어 양옆으로, 상단으로 빈 공간을 점점 광고가 채워나갔다. 그 사이 발전한 LED기술 덕에 지하철 광고는 화려한 대형 영상 광고로까지 진화했고 광고 업체마다 전담인력도 속속 늘어났다.

[28일 지하철 사당역 광고판을 관리하는 김 씨의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김 씨가 담당하는 업무는 이처럼 다양한 지하철 광고 중에서도 스크린도어 양옆 광고판이다. 사람 키가 닿지 않는 스크린도어나 번화가 지하철 출구 계단 좌우로 많이 설치되는 LED 광고 또한 따로 전담인력이 있다. 손이 더 많이 가는 작업이기에 주로 야간에 관리가 이뤄져 보통 사람들의 눈엔 잘 띄지 않을 뿐이다. 보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수십, 수백개 지하철 광고판은 그렇게 깨끗하게 유지된다.

이날 김 씨가 닦아야 할 광고판은 어림잡아 80개였다. 김 씨는 사당역 스크린도어를 다 닦은 후 마침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그는 “그냥 슥슥 닦아선 덕지덕지 붙은 지하철 먼지들이 떨어지질 않아요. 이렇게 팔에 힘을 주고 문질러야해요”라며 광고판을 박박 문질렀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수십개 닦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노동이 이어졌다.

한쪽 라인 청소를 마친 김 씨는 승강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걸레를 깨끗하게 빨았다.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지하철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승강장 내 설치된 작은 수전의 존재와 그 역할을 안다. 한참 재정비를 끝낸 김 씨는 다시 사당역 과천 방향을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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