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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銀 ‘100년 밀월’ 지키려고?…서울시 속내는?
-시금고 입찰공고 일정 차일피일 연기
-새 시금고 선정시 시스템 구축 시간없어
-결국 복수금고 선정할 것이란 전망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시 금고지기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시가 100년 넘게 ‘밀월’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위해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어나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시는 시금고 입찰공고를 이달 중 낸다. 예상보다 약 2개월 미뤄졌다. 이번에 시금고 열쇠를 쥐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시 예산ㆍ기금을 관리할 수 있다. 올해 시 예산만 약 31조8000억원에 이르는 등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현재 시금고 열쇠는 우리은행이 1915년부터 103년째 독점하고 있다. 

서울시청 전경. [헤럴드DB]

시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져 신중을 기하느라 공고일이 늦어졌다”며 “단수금고ㆍ복수금고 체계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등 회의와 내부작업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의 이러한 신중론에 시중은행들은 속이 타고 있다. 입찰공고가 안 나오니 미리 준비한다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특히, 2014년에는 1월에 입찰공고가 나온 점을 비춰 미리 준비해온 일부 시중은행은 ‘김이 빠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루 빨리 입찰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산개발과 훈련 등에도 수개월이 드는 상황으로, 입찰공고가 늦어질수록 열쇠 없는 시중은행의 불리함이 커진다”고 했다.

다수의 시중은행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번 시금고 입찰 전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무엇보다 한 은행의 100년 이상 독점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몇몇 시중은행은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처럼 시금고도 복수 금고제로 전환시키는 것을 1차 과제로 삼고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시는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해킹 등에 노출되면 사고 규모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한 시중은행은 이런 내용으로 최근 박원순 시장을 직접 만나 복수 금고제 운영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가 새로운 시금고은행을 선정해도 시스템 구축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시간을 벌며 ‘100년 지기’ 우리은행을 지킬 방안을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번에는 우리은행이 열쇠를 독점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미심쩍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오류로 76만명 시민에게 잘못된 세금고지서를 보내는 배달사고를 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달에는 설연휴 직후로 공지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을 갑자기 미루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금고지서 오발송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는 없었다”며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도 일부 오류를 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나, 민감한 시기에 일어난 일인 만큼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입찰공고를 낸 후 금융ㆍ전산전문가, 공인회계사 등 12명이 모이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금고지기를 선정할 계획이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지정은 운영 개시 4개월 전에 확정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아직 어떤 부분도 확정된 것은 없다”며 “모든 절차는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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