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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창구된 SNS①]“가해자 보복ㆍ2차 피해 두려워”…유일한 탈출구는 SNS였다
-“SNS 아니었으면 사과도 못 받을 뻔”
-보복 등 두려워…익명에 기댈수 밖에
-“성폭력 문제해결 공식 창구 마련돼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학생 A(23ㆍ여) 씨는 지난해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최근 자신의 대학 SNS에 폭로했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은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미투 제보 페이지까지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A씨도 폭로 전 형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성적인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A씨가 선택한 방법은 SNS였다. SNS상에서 문제가 커지면서 실제 가해자를 찾아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고, 같은 대학 선배였던 가해자는 학생회를 통해 사과문을 전달했다. A씨는 “그나마 SNS에 올리지 않았으면 평생 사과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A씨의 경우처럼 미투 운동에 나선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SNS를 통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입을 닫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증거가 부족해 사법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로부터 사과라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SNS 폭로라는 얘기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 역시 지난달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괴물과 괴물을 키운 문단권력의 보복이 두려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투 폭로를 통해 당사자의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내는 등 SNS 폭로로 지난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음악상을 수차례 탄 한 유명 싱어송라이터는 지난 주말 SNS상에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가수는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에서 밝혀진 가해자가 대부분 높은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SNS 폭로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세종대 SNS에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도 “여전히 가해자가 같은 업계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 신분이 드러나는 문제 제기는 어렵기만 하다”며 “익명으로라도 피해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익명을 유지하면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SNS라는 점도 미투 운동을 확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중ㆍ고등학생 대상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SNS 페이지인 ‘스쿨미투’에는 과거 학창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었다는 고발 글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를 직접 밝힌 피해자 중 상당수는 이제는 학부모가 된 성인이다. 이들 역시 현재 함께하고 있는 가족 등의 이유로 SNS 상에서 익명 고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피해자의 2차 피해 없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에 SNS가 성폭력 피해 고발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일부 폭로된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법적으로는 현재 처벌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성폭력 문제를 공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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