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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생 ‘#미투 폭풍전야’건드리면 터진다
논문·채용 등 교수들 영원한 갑
여학생에 밥먹자며 추근대고
등산·쇼핑때 불러내기 예사
“자칫 앞길 막힐라” 거절 못해


문화예술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 바람이 대학가로 번져가는 분위기다. 배우 조민기(52) 씨가 최근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여기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청주대 측은 “품위손상으로 조 씨에게 중징계를 내렸고, 조 씨가 사표를 제출하며 오는 28일자로 면직처분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씨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는 입장이다.

이에 성추행 문제와 함께 대학내 위계적인 조직문화도 함께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조 씨 사태의 사실 여하를 떠나서, 대학이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인 권력구조로 유지돼 오면서 많은 문제들을 낳아왔다는 중론이다. 특히 지도교수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대학원생들이 큰 피해를 입어왔다. ‘영원한 乙’이라고 불리는 대학원생들은 논문과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도교수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제기할 수가 없다.

한 일반대학원에 재학중인 여학생 A 씨는 매 주말 “저녁 식사를 하자”는 남성 지도교수 B 씨의 제안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차례 ‘약속이 있다’고 거절해도, 해당 교수는 “논문은 언제 쓰려고 약속을 잡냐”며 강압했다고 했다. B 교수는 식사 외에도 쇼핑과 등산에 자신의 제자들을 부르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대상은 매번 여성 제자들이다.

공학계열 대학원에 재직중인 C 씨는 하루 12시간 연구실에서 일을 한다. 그가 한달에 받는 돈은 약 120만원 남짓. 주로 하는 일은 교수의 서류작업이나 엑셀ㆍ파워포인트 등 잡일이다. 그의 지도교수 D 씨는 대학원에 입학할 때, C 씨가 잡무를 맡게 될 것임을 언급해 왔다.

최근 모 대학 대학원생은 SNS를 통해 교수와 강사로부터 겪은 성희롱 사실을 고백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와 친분이 있던 한 강사가 단 둘이 만나고 싶다면서 열렬한 관계가 되자고 했다”며 ”이후 손을 잡거나 신체를 접촉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해당 강사에 대해 문제를 삼자 지도교수는 “별 뜻 없이 순수하게 좋아해서 그런 건데 나이도 든 여자가 오해가 크다”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 그는 한때 자퇴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돌려 미투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들은 성추행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학계 퇴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이 좋은 연구실을 거쳐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학위를 받아 교단에 설 때까지 ‘영원한 甲’인 교수들의 행태를 묵묵히 견뎌낼 뿐이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대학원생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5%는 대학원생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고 응답했다. ‘열악한 편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31%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대학원생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호소한 셈이다.

여기에 대학원생들은 인권보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대학원생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 모집에 나서고 있으며, SNS를 통한 인권문제 고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에서 대학원생의 인권에 대한 대자보도 속속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문제에 대한 미투 고발은 아직 요원한 모습이다.

이에 한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대학원생의 인권 침해와 관련한 내용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외면받아 왔다”면서 “이번 미투운동을 통해 성문제를 포함한 대학원 전반의 문제가 조명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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