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평창 동계올림픽] 매너도 클래스…고다이라·차민규 ‘쉿’
올림픽 기록에도 다음선수 배려
고다이라, 울어버린 이상화 위로


“솔직히 상대방이 실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차민규·25· 동두천시청)

경쟁은 치열하고 소망은 간절했지만 그들은 ‘프로’였다.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차민규는 자신의 레이스가 끝난 후 상대방이 실수하길 기도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하지만 행동은 반대였다. 34초 42라는 올림픽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친 그는 환호를 쏟아내는 홈 관중을 향해 ‘쉿’ 동작을 취했다. 바로 다음 조인 15조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배려한 행동이었다. 


이날 차민규 다음으로 레이스에 오른 15조에는 0.01초 차이로 금메달은 목에 건 세계랭킹 1위의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이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실수하길 가장 바랐을 경쟁자를 위해 기쁨을 억누르고 경기장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다.

차민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잘하면 금메달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음조에서 기록을 깨서 놀랐다. 아쉽긴 했지만 바로 제가 2등이라고 덤덤하게 생각했다”며 경기 결과에 승복했다.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한 고다이라 나오(32ㆍ일본) 역시 다음 주자를 위해 ‘쉿’ 동작을 취했다. 다음 주자는 수없이 함께 거론돼 온 그의 우상이자 라이벌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였다. 


고다이라의 배려에 이상화도 따뜻한 축하로 화답했다. 경기 후 은메달을 딴 이상화는 고다이라 나오와 어깨동무하며 활짝 웃었다. 고다이라는 복잡한 감정으로 눈물을 쏟아내는 이상화를 “잘했어”란 한국말로 위로하며 꼭 안아줬다. 168cm의 이상화는 165cm로 키가 더 작은 고다이라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I still respect you(나는 널 여전히 존경해)”라고 속삭이자 이상화도 “(나도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18일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에서 만난 최민정과 킴부탱도 두 빙속 여제 못지 않은 배려를 보여줬다. 앞서 13일 여자 500m 결승전에서 최민정은 레이스 도중 부탱을 밀었다는 판정을 받고 실격됐고 같은 경기에서 부탱은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해당 사건 이후 부탱은 네티즌의 악플 세례를 받아 시상대에서 눈물까지 보였다. 그런 킴부탱에게 최민정은 먼저 다가갔다. 킴부탱은 경기 이후 식당에서 최민정을 만났고 “그때 일은 생각하지 말아라. 지난 일이다. 너는 메달리스트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최민정은 정말 멋진 선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여자 1500m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로 다시 만나 손하트를 함께 그렸다.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은 시상식 후 “부탱이 먼저 손하트를 그리자고 제안했다”며 “(부탱은)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상처를 받긴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다”며 논란을 현명하게 일단락 지었다.

▶워맨스(womance)
=워먼(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다. 브라더(brother) +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인 브로맨스처럼 친근한 동성간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우애를 일컫는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