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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2030 in 평창’, 그들이 기억할 올림픽은?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2030. 지금 5060이 88 서울 올림픽을 추억하듯, 이들 역시 30년 뒤 이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올림픽 속 2030, 그들의 이야기다.

#.스타트업 대표 겸 푸드트럭 오너. 


내 30살의 2월 12일은 강릉 올림픽파크 앞에서다. 내 인생 첫 푸드트럭. 커피를 판다. 그래도 코스트코에서 직접 구매한 나름 ‘스타벅스’다. 지나가는 외국인을 향해 “따뜻한 커피 한잔”을 쉼 없이 외친다. 털모자 눌러쓰고 발걸음만 재촉하니 칼바람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

일 300만원. 3주 전 세웠던 야심 찬 목표. 아 민망하여라. 하루에 100만원이라도 팔면 푸드트럭 값이라도 벌 텐데. 그냥 스타트업이나 집중할 걸 그랬다. 그래도 내게 평창 올림픽은 ‘도전’이다. 아마 내 인생 첫, 그리고 다신 없을 푸드트럭. 이 순간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다. 오늘은 꼭 100만원 팔고 말테야.

#.내게 평창 올림픽은 ‘추위와의 전쟁’이다. 


난 올림픽 기간에 기념품 판매 안내를 맡았다. 찾는 이라도 많을 땐 그나마 낫다. 썰렁하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숙소는 속초. 속초에서 강릉까지 매일 오간다. 일과 후 남녀 청춘들끼리 맥주 한 잔? 춥고 배고프고, 방에 들어가면 쓰러지기 바쁘다. 그래도 행복하다. 다시 없을 특별한 기회, 이를 놓치기 싫어 택했고, 운좋게도 난 이 곳에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을 회상할 때 그 땐 이 추위마저 특별할 것이다. 그래도 내일은 좀 덜 추웠으면.

#.“원 투 쓰리”. 


난 ‘찍사’를 자처했다. 수없이 셔터를 눌렀지만 정작 내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사진 찍으려는 줄은 끝나지 않는다. 평창을 잊지 않게 해줄 사진들, 꼭 기억하라는 마음을 담아 가로로, 세로로, 사진사처럼 바닥에 무릎도 꿇고서 셔터를 눌렀다. 힘들어도 미소를 잊지 않았다. 미소는 미소로 돌아온다. 카메라를 돌려주며 듣는 “땡큐” 그 한 마디에 또 힘이 난다. 내게 평창은 ‘추억’이다. 내가 찍어준 수많은 사진과 함께다. 훗날 사진을 보며 그 사진을 찍어준 날 기억해줄까. 얼마나 많은 전 세계인들이 날 기억해줄까. 두근거리는 상상이다.

#.강추위? 칼바람? 


훗. 내게 올림픽은 ‘무더위’다. 어디를 가도 인기만점. 나만큼 사진 많이 찍힌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해. 물론 내 진짜 얼굴을 아무도 모른다는 게 맹점.

난 짝꿍이 있다. 잘 걷지 못하고 잘 보지 못하는 날 위해 내 눈과 발이 되는 짝꿍. 아까도 퍼레이드 행렬에 부딪힐 뻔한 날 구해준 것도 내 짝꿍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둘도 없는 단짝이 될 것 같다.

평창=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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