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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랭’ 펜스 美부통령 돌연 “남북대화 지지” 왜?
[헤럴드경제=이슈섹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평창올림픽을 보러 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방한 기간 내내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개회식에서 뒷 자리에 앉은 김여정, 김영남 등 북측 고위인사들을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개회식 리셉션에도 미국 선수들과의 저녁 식사 스케줄이 있다며 불참했다. 리셉션 장소에 지각 도착한 그는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 후 바로 떠나려했다. 실제로는 ‘리셉션 장소에 잠깐 들르기라도 해달라’는 부탁에 5분여간 못이기는 척 얼굴을 내민 뒤 떠났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전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부통령이란 미국 정가에서 가장 존재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라고 한다. 심지어 건물 경비가 부사장인줄 알고 친절히 대했다가 부통령임을 알고 쫓아냈다는 우스개마저 전해진다.

그러나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평창올림픽에서 펜스 부통령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대단했다. 만약 그가 북측 고위급 인사와 눈빛이라도 나눴다면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결국 펜스 부통령은 냉랭함을 유지한 채 한국을 떠났다. 북미간 접촉은 털끝 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떠난 뒤 돌연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반전이다.

펜스 부통령은 단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까지 대북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입장이라는 것.

펜스는 지난 10일 한국을 떠난 공군2호기 안에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리스트 조시 로긴과 인터뷰를 갖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2가지 실질적 대화를 나눴다”며 “한미는 추가 대북 제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동맹국들이 믿을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 제재가 없어지지 않는다. 즉 북한에 대한 제재는 계속되고 강화된다”면서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펜스 부통령의 의견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펜스 측은 한국에 체류하면서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부연했다.

WP는 미국이 남북대화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 전에는 미국 측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 펜스는 앞으로 미국이 북한의 사전 비핵화 조치 없이도 대화할 수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로긴은 “펜스 부통령 방한 기간 북미간 냉랭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전제 조건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실질적 외교 성과가 나왔다”며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이해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북미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WP 역시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 결과에 주목했다.

WP는 문-펜스 회담 이전 미 당국은 평창올림픽 이후 대북 제재와 관련해 한미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 후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고 한다.

이 돌파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단지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 외교적 혜택을 주지 않을 것임을 펜스 부통령에게 확언하면서 생겨났다. 펜스 부통령은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 끝에 올림픽 이후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한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상당한 신뢰감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취임 뒤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마저 두 손 놓은 국제적 ‘말썽꾼’ 북한을 상대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얻어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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