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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정 국면에 ‘검찰 조사 연기’ 이어져…‘휠체어 출석’ 속내는
-이중근 부영 회장, 이상득 전 의원 등 불출석 사유서 제출
-변호사업계에선 ‘장시간 조사, 구속영장 회피 의도’ 분석도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정치권과 재계를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피의자들이 조사를 연기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출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장시간 조사나 구속영장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삿돈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검찰 조사 예정일인 29일 출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 측은 전날 저녁 건강 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검찰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재차 원래 통보한 날 나와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의 ‘휠체어 출석’도 관심을 끌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4일 예정된 소환 조사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뒤 쓰러졌고, 26일 구급차를 실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져도 휠체어를 타고 눈을 꼭 감은 채 조사실로 들어서는 이 전 의원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상득 전 의원이 26일 휠체어를 탄 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 요구를 연거푸 거절했다. 심혈관 질환 관련 동맥조영술을 받아 입원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의원은 소환 요구를 두 차례 불응한 뒤에야 검찰에 출석했고 결국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됐다.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나타나거나 조사를 연기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다. 그 때마다 조사 회피라는 여론 비판이 나오지만, 검찰로서는 수사 진척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부장검사급 검찰 간부는 “고령의 피의자가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미루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 회피 목적이 뚜렷해 보일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인권 침해 수사라는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은 예정된 오전 10시를 넘겨 도착했지만, 검찰은 “더 이상의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4시간도 안 돼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물급 피의자의 경우 여러 차례 검찰로 부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휠체어 출석’이 더욱 고민을 깊게 한다.

변호사들도 이 같은 행동을 통해 구속영장과 장시간 조사를 피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의뢰인이 소환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병원 내원 이력을 전부 뽑아오라고 한다. 특히 노약자인 경우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라며 “조사를 받을 때도 힘들거나 아프면 검사에게 적극 어필하라고 조언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없는 질병을 꾸미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지병만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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