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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밀양참사 막자②]‘火들짝’ 놀란 시민들…“소화기 작동되나” “탈출은 어떻게?”
-잇단 화재참사 불안…아파트선 안내방송도
-소화기 사용법ㆍ방화문 점검 등 행동나서
-전문가 “화재 대피 요령 숙지하고 있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집집마다 소화기를 새로 나눠줬다. 비치돼 있는 소화기가 10년이 넘어 사용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에선 소화기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담은 안내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최근 연이은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입주자대표 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등 계속된 화재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선 소화기를 나눠주는 등 적극적으로 화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붙여진 안내문. 소화기를 나눠주고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내용. [사진=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는 화재시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해 방화문을 꼭 닫아야 한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파트 거주자 박모(29) 씨는“화재가 났을 때 실질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며 “비상구 탈출 방법 같은 것도 미리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화재발생시 대처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화재 발생 일찍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 = 화재 대피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화재를 초기에 인식할수록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아파트 구조상 화재 경보가 늦게 울려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현재 16층 이상 아파트에 설치된 열 감지기는 열이 70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경보가 울리게 돼있다. 그러나 집 안의 온도가 70도 이상까지 올라간 상태라면 이미 화재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이미 연기가 가득 찼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기 감지기는 열 감지기 보다 화재에 더 빨리 반응한다. 연기 감지기는 연기가 발생한지 20~30초만에 경보기가 작동된다. 화재발생 후 1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선 대피가 훨씬 수월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에 열 감지기와 함께 연기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소방법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법 개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시민들이 손쉽게 연기 감지기를 설치할 수 있다. 시중에 연기 감지기는 1만5000원~2만5000원으로 구입해 간편히 설치할 수 있다. 방마다 연기 감지기를 설치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일반 주택도 소화기, 화재 경보기 설치해야 = 일반 주택 거주자들은 더욱 기초 소방시설 구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 주택은 5년전까지만 해도 소방법에 적용을 받지 않아 기초 소방시설(소화기, 화재 경보기)조차 의무 설치하지 않아도 됐었다. 최근 일반 주택의 기초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법이 개정돼 일반 주택도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아직 30%정도만 이를 실천한 상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연기 감지기를 집집마다 설치함으로써 화재 사망률이 50% 낮췄다는 통계가 있다”며 “화재 발생했을 때 1분 1초가 매우 중요하다. 주택 형태와 상관없이 세대별로 연기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내 방화문을 닫아둬 화재 발생시 건물 내 연기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아파트 방화문은 엘리베이터에 내리면 현관문과 계단 사이 빈 공간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방화문을 열어두거나 그곳에 짐을 놓는 경우가 많다. 불편하더라도 방화문은 ‘생명문’이라고 생각하고 닫아두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대한 감식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 만약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 기본 행동요령=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일은 연기를 피하는 일이다. 화재 시 연기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대피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었을 때 계단에 연기가 가득하다면 이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경우 곧바로 현관문을 닫고 연기가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뒤 베란다로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

베란다를 통해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베란다 벽을 뚫고 옆집으로 대피하는 방법도 있다. 베란다가 옆집 베란다와 연결돼 있는 벽면은 ‘경량 칸막이 보드’로 만들어져 있다. 석고로 만들어져 있어 강하게 힘을 가하면 부술 수 있다. 그러나 옆집 이웃이 베란다 벽면에 큰 짐을 놨을 경우 이 방법은 불가능하다. 미리 옆집에 방문해 베란다 석고보드 위치를 확인하고 빈 공간으로 놔둘 것을 약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축물을 화재에 강하도록 안전하게 짓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화재에 취약한 근본적인 원인을 잡는 게 시급하다. 방화문 자동폐쇄를 의무화하는 등 건축물 자체를 안전하게 짓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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