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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한파의 습격②] ‘고마워요’ 온기텐트ㆍ온풍기…어묵ㆍ호떡집도 ‘추위 대피소’
-버스정류장 방한텐트ㆍ전철역 전기히터 등 ‘인기’
-장갑ㆍ핫팩 등 중무장…노점 분식집으로 ‘피신’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요 며칠 추위에 행주가 다 얼었어요.” 김이 모락모락한 어묵 통에 물을 부으면서 남대문시장 노점을 운영하는 이현희(51ㆍ여) 씨가 말했다. 추위에 얼고 녹고를 반복했던 파란 행주를 쥐고 있는 그의 손도 빨갛게 얼어있었다. 이 씨는 “어제는 바람까지 세게 불어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다”며 “오늘은 바람이라도 덜 부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한파가 절정에 달하면서 한반도가 꽁꽁 얼었다. 오후 한낮 최고기온이 –8˚에 불과했고 체감온도는 –15˚에 달했다. 

초등학생들이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어묵가게에서 뜨끈한 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

길거리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따뜻한 먹거리를 택했다. 남대문시장 골목에는 언 몸을 녹이려 어묵, 호떡집에 들린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 손을 잡고 안경을 맞추러 시장에 나왔다는 백모(13ㆍ여) 양은 뜨거운 어묵을 베어물면서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이를 보던 이 씨는 “이렇게 어묵을 먹고 몸 녹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은 참 좋다”며 손님들 종이컵에 뜨끈한 국물을 연신 부어줬다. 어묵국물을 담은 종이컵은 손난로처럼 따뜻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버스정류장 앞에 설치된 온기텐트의 모습.

거리의 시민들 역시 추위와 싸우기 바빴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싸고 장갑, 손난로, 뜨거운 음료까지 총동원했다.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곳곳에는 추위를 피하는 ‘온기 텐트’도 인기다. 강추위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 자치구에서 마련한 것이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온기 텐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장모(30ㆍ여) 씨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는데 여기는 한결 덜 추운 것 같다”고 전했다.

추위대피소는 동네마다 이름도 모양도 다르다. 서초구는 ‘서리풀 이글루’라는 이름을 붙였고 중구는 버스정류장 16곳에 ‘온기통’을 운영중이다. 양천구 추위 대피소의 이름은 ‘온기 충전소’, 은평구는 ‘따스안’, 성동구는 ‘온기 누리소’, 강서구는 ‘온기나눔쉼터’다. 도봉구는 ‘추위 녹이소’, 용산구는 ‘바람막이 쉼터’를 운영중이다. 

퇴근길 한 시민이 서울역 경의선 승강장에 설치된 전기히터에 몸을 녹이고 있다.

실외 지하철 승강장에도 난방기기가 등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 경의선 승강장에는 전기 히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손을 녹이고 있었다. 서울역 담당자에 따르면 승강장 전기히터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달 20일 설치됐다. 가로 약 40cm, 세로 약 1m의 크지 않은 히터지만 사람들 마음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직장인 이현수(37) 씨는 “기차 시간을 착각해 승강장에 일찍 나왔다. 20분을 추위에 덜덜 떨까봐 걱정했는데 히터가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고 만족해했다.

칼바람까지 더한 퇴근길,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최모(42) 씨는 “거래처 지인과 약속이 있었는데 추위에 술 마시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한파를 이유로 약속을 미루자고 하니, (그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파에 동원된 온갖 방법들도 ‘따뜻한 집’ 생각 앞에는 무력해졌다. 직장인 김모(44ㆍ여)는 퇴근길 지하철 시청역 버스정류장 인근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포장해 나왔다. 가족들 간식거리라고 했다. 그는 “하루종일 집 생각밖에 안났다. 역시 추운 날엔 집이 최고”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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